정보제공 개인에 '이자'지급, 제공정보와 제공기업 본인이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건강진단 결과와 보유 자산은 물론 운동 관련 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예금'받아 기업 등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 '이자'격의 대가를 지급하는 '정보은행'이 일본에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미쓰비시(三菱)UFJ신탁은행은 내달 은행 직원과 일반인 약 1천명을 대상으로 특수 제작한 운동화를 한달간 신게 하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IT(정보기술) 벤처기업과 스포츠용품 메이커 아식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특수 운동화는 밑창에 센서가 내장돼 있어 신은 사람의 걸음수와 보폭, 좌·우측 발의 운동리듬 등 운동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이른바 '정보은행'을 실용화하기 위한 실증실험이다. 이 운동화는 16일 지바(千葉) 마쿠하리(幕張)에서 개막한 IT전시회 '시테크(CEATEC JAPAN 2018)'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부스에서 전시되고 있다.
은행 측은 운동화를 이용해 수집한 운동 관련 데이터 외에 이동경로와 건강진단 결과, 자산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를 필요로 하는 스포츠클럽이나 보험회사 등에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은 이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새로운 운동프로그램이나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토록 한다는게 은앵 측의 구상이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의 이 프로젝트 담당자는 17일자 아사히(朝日)신문에 "복수의 회사와 정보제공 등에 관한 협상을 추진중이며 내년 중 실용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어떤 개인정보를 어느 기업에 제공할지는 본인이 결정한다. 은행 측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용 앱으로 개인이 직접 제공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보제공에 협조하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제공받는 기업에서 서비스나 포인트 등을 제공받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은행 사업에는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등의 유력 은행과 IT벤처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히타치(日立)제작소는 사원이 집에 있는지 등의 주택관련 정보를 일본우편에 제공해 택배 배달 경로 개선에 활용하는 실증실험을 하고 있다. 광고업체인 덴쓰(電通)그룹도 내년 봄 상품구매정보 등을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인터넷 통신판매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검색이나 구매이력 등의 개인정보 데이터는 광고와 새로운 판매로 직결되는 '부의 원천'이다. 미국 구글과 아마존 등의 IT공룡기업들은 인터넷 검색이력 등의 데이터를 장악,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분야 사업에서 뒤진 일본 기업들은 정보은행를 통해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도 정보은행 인정제도 지침을 6월에 내놓았다. 제도운용은 야후 등의 IT기업으로 구성되는 '일본IT단체연맹'이 가을 중 시작한다.
일본에서는 2013년 JR히가시니혼(東日本)이 전자화폐인 '스이카(Suica)'를 이용한 승하차 이력 등을 히타치사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이용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히타치 담당자는 "보안 측면 외에 (여론에 대한 배려 등) 운용면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면서 "좋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이용에는 본인의 확실한 동의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그런 만큼 개인의 동의를 전제로 상업이용이 가능한 정보은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도쿄(東京)대학 대학원의 하시다 고이치(橋田浩一) 교수는 "개인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에서 일본은 뒤쳐져 있다"고 지적하고 "개인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며 인공지능(AI) 운용, 개발에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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