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논란 진행형…빈 세계박물관 "유럽서는 기독교 태동 때부터 존재"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지난해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덮는 복장을 금지한 오스트리아에서 유럽의 머리 스카프 역사를 짚어보는 전시회가 열린다고 dpa통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빈 세계박물관이 이달 18일 시작하는 '감춰진, 드러낸!'이라는 전시회는 머리 스카프가 무슬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데 유럽에서도 기독교 문화 태동 때부터 지금까지 사용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악셀 슈타인만 큐레이터는 "머리 스카프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이 단어가 지닌 이슬람과의 연관성 때문에 논쟁 속에 빠져들어 가게 된다"며 "유럽에서 머리스카프는 2천 년 역사를 지니고 있고 기독교 문화와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성모 마리아와 수녀의 이미지를 통해 기독교 문화 속의 머리 스카프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1950∼1970년대 오스트리아 관광 홍보 포스터에 등장한 소녀들이 머리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이미지 등도 함께 전시된다.
박물관 측은 이 전시회가 무슬림 여성들에 관한 논쟁과 그들이 무엇을 입어야 하고 입지 말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기획된 행사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우파 극우 연립정부가 들어선 오스트리아에서는 부르카 등 무슬림 여성의 복장이 줄곧 이슈가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잡화·화장품 체인 BIPA는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나오는 광고를 만들었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프랑스, 벨기에 등에 이어 '공공장소 부르카 금지법'이 만들어졌고, 어린이집·초등학교에서 여자 어린이에게 머리 스카프를 금지하는 법도 추진 중이다.
이슬람을 겨냥한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마스크 등 얼굴을 가리는 모든 복장·장비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BIPA 광고를 공개 지지했다가 비난을 받은 빈 세계박물관의 크리스티안 쉬클그루버 관장은 "이 한 조각의 천을 두를지 벗을지는 종교적 신념, 문화적 전통,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개인의 자기표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머리 스카프가 여성을 억압하는지, 머리 스카프를 두름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지, 남성의 시선으로부터 머리 스카프가 여성을 보호하는지 등의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박물관 측은 논란을 피하려고 마네킹에 스카프를 두르는 대신 삼각형, 사각형으로 펼쳐서 전시하기로 했다. 터번 등 다양한 남성 머리 장식도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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