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부터 70대 어르신 이르기까지 한인 500여 명 한뜻으로 평화 염원
소프라노 조수미도 참석…로마 유학 성직자 대거 동참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열린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은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함으로 꽉 채워졌다.
특히, 이탈리아 거주 교민들과 현지에서 유학하거나 생활하는 성직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날 미사에는 로마는 물론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교민과 주재원, 이탈리아 곳곳에 퍼져있는 신부님과 수녀님 등 500여 명의 한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도 2명의 교민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해 이날 미사에 쏠린 교민들의 관심을 짐작케 했다.
젖먹이 유아부터 현지에 반 세기 가까이 거주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현지 교민들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 없이 미사 내내 진지한 표정과 한 목소리로 고국의 평화와 남북한의 화해를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소프라노 조수미 등 낯익은 얼굴들도 교민들 틈에 섞여 한반도 평화를 간구해 눈길을 끌었다.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유학을 온 것을 계기로 35년째 로마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조수미 씨는 "한반도의 평화라는 절실하고, 시의적절한 주제의 미사에 함께 할 수 있어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세례명이 소화 테레사인 가톨릭 신자로서 뜻깊게 생각한다"고 미사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이틀 전 미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그는 "오늘 미사는 한국의 지도자가 세계인들 앞에서 우리가 평화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자리"라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오늘 이 미사가 이곳에서 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의철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겸 로마한인성당 본당 신부는 "성베드로 성당에서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미사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의 한국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평화를 위한 문 대통령의 방향을 뒷받침하고, 한민족의 일치를 지지하는 교황청의 뜻이 담겨 있는 미사로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병일 재이탈리아 한인회장은 "이탈리아의 한인들은 안정된 대한민국을 원한다"며 "한반도 평화가 하루라도 빨리 와야 한다는 염원으로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조각의 도시인 피에트로 산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 박은선 씨는 "작년까지는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해주던 이탈리아 친구들이 올해부터 갑자기 한반도가 화해 분위기로 돌아서자 무척 반가워한다"며 "이번 미사를 계기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 평화의 문을 활짝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범대 전 재이탈리아 한인회장은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중차대한 시점에 전 세계 평화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고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런 미사가 열려 감격스럽다"며 "이곳 교민들 대부분의 마음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사는 지난 3일 개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참석차 교황청에 머물고 있는 유흥식, 조규만, 정순택 등 한국 주교 3명과 로마에서 유학 중인 젊은 사제들 등 한국 사제 130명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함께 공동 집전했다. 또한, 로마 근교의 음악원에 유학하는 음악도가 주축이 된 로마 한인성당 성가대가 찬양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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