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과 다른 獨, 3년간 난민신청자 절반 인정…'난민위기' 극복중

입력 2018-10-18 06:15   수정 2018-10-18 10:15

韓과 다른 獨, 3년간 난민신청자 절반 인정…'난민위기' 극복중
1994년 이후 난민인정률 4.1%인 한국과 극명한 대조
난민관리비용 작년에만 8조5천억원 감수…장기 경제적 효과 기대
反난민정서 틈타 극우세력 부상…부작용 속에서도 난민의 사회통합 진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제주의 예멘 난민에 대한 난민심사 결과 아직 한 명도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면서 난민을 대거 수용한 독일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의 예멘 난민 481명 중 85명은 보류 상태여서 일부가 난민 지위를 받을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기대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우리나라가 1994년 4월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난민신청자는 총 4만470명이다. 이 가운데, 839명이 난민 지위를 받아 난민 인정률은 4.1%에 불과하다. 그만큼 난민 인정 기준이 까다로운 셈이다.
이는 난민 수용에 관대한 정책을 실시해온 독일과 사실상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있다. 독일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시리아를 포함한 분쟁지역에서 발칸반도 등을 통해 난민이 대거 몰려든 2015년 독일은 난민(망명) 신청자 가운데 50.2%를 거부했다.
2016년에는 거부율이 37.2%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에는 56.6%로 늘어났다. 지난 3년간 난민신청자 가운데 절반을 상대로 난민 지위를 준 셈이다.
본격적인 '난민 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14년에는 거부율이 68.6%였다. 결과적으로 '난민 위기' 이후 심사가 다소 관대해졌다.
올해 초 독일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2015년 89만 명으로부터 난민 신청을 받았다. 2016년에는 28만 명, 지난해에는 18만6천 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 3년간 난민신청자 수만 135만 명이 넘은 것이다.
독일은 2015년 가을 난민이 국경지대에 몰려들자 국경을 개방하고 일단 난민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렸다.



◇ 독일 난민심사 절차는…사회통합 위해 민주시민교육
독일에 입국한 난민은 경찰과 외국인청, 도착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
최근 항공편을 통해 입국하는 난민들을 상대로 48시간 내 1차 조사를 거쳐 입국 여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현재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뮌헨 공항 등에는 이들이 잠시 체류할 수 있는 '경유구역'이 설치돼 있다.
1차 조사에서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난민 신청이 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독일과 개별적으로 송환 협정을 맺은 국가에 먼저 난민 신청이 된 경우는 돌려보낸다.
난민들은 주(州)별 수용 능력을 감안해 배분된다. 난민은 여권과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등으로 신분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난민은 개인 면담을 통해 출신국에서의 박해 상황, 귀국 시 처하게 되는 상황 등에 대해 조사를 받는다.
EU 회원국과 알바니아, 가나, 코소보, 세네갈, 세르비아 등 안전국가로 분류된 지역에서 온 난민은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난민 신청인지에 대해 엄격히 심사한다.
예멘은 내전 지역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리아, 이라크처럼 안전국가로 분류되지 않는다.
미성년자의 경우 후견인을 지정받아 보호를 받는다. 후견인은 법률적 대리인 자격을 부여받는다.
출신국에서 정치범이 아닌 중범죄자 등은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다.
난민 지위를 받으면 3년간 독일에 체류할 수 있다. 부양가족도 데려올 수 있다. 3년이나 5년이 지나 생활능력을 갖추고 독일어 실력이 일정 부분 뒷받침되면 영주권을 취득하게 된다.
임시보호 자격을 받을 경우 1년간 체류 허가를 받은 뒤 2년 단위로 체류를 연장할 수 있다. 5년 후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으나, 부양가족을 데려오는 데는 제약을 받는다.
독일이 난민을 관리하는 데 부담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연방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 및 주 정부가 지난해 지출한 난민관리 비용은 총 65억8천100만 유로(약 8조5천500억 원)에 달한다.
난민심사 및 수용, 임대주택 지원, 생활지원 등에 사용됐다. 난민은 독신자의 경우 수용시설 밖에 거주할 경우 월 216유로(약 28만 원)의 지원비를 받는다. 부양자녀 숫자 등에 따라 지원비용이 달라진다. 부부와 7세 미만의 자녀로 구성된 가족의 경우 481유로(약 62만 원)의 지원비를 받는다.
또한, 독일 정부는 난민들을 상대로 독일어와 직업교육을 한다. 특히 난민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 독일 사회의 가치와 법치 등에 대해 교육하는 등 민주적 시민의식 형성을 위한 정치교육을 실시한다.



◇ 난민 문제 속 극우세력 부상 등 부작용도
독일에서는 대거 유입된 난민이 3D 업종에서 인력난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는 데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겪는 독일에 장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난민 문제로 인해 상당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도 나오고, 난민에 의한 범죄로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더구나 난민의 상당수가 이슬람이라는 점에서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우려도 자아냈다.
이런 틈을 타 정치적으로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급부상하면서 기성 정치권과 지식인 사회를 긴장시켰다.
AfD는 반(反)난민·반이슬람을 기치로 내 걸으며 지난해 9월 총선에서 12.6%를 득표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이후에도 옛 동독지역을 위주로 반난민 정서를 더욱 끌어안으면서 최근에는 정당 지지율 2위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은 난민 정책 등을 놓고서 분열상을 보이며 비틀거리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임기를 무사히 마칠지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다.
지난달 공영방송 ARD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0%가 난민 수용 및 배분 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43%는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난민의 사회통합 정책에 대해서는 69%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난민 유입 숫자를 고려할 때 독일은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난민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일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 부작용에 그쳤다는 자부심도 사회 근간에 자리잡고 있다.
학교와 정당, 시민사회에서 소통 중심의 정치교육이 이뤄지는 등 민주적 시민의식이 내면화된 점도 독일인들이 난민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옛 서독 지역을 중심으로 AfD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14일 실시된 바이에른 주 선거 결과, 지역 맹주인 기독사회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은 녹색당으로 향했다. AfD는 10.2%를 득표하며 바이에른 주 의회에 처음으로 진출했지만, 기대만큼의 득표율을 얻지 못했다.
바이에른 주 선거 전날에는 베를린 시내에 24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극우 반대 구호를 외쳤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에서는 기사당이 난민 강경책으로 논란을 일으키자 난민 친화적인 유권자들이 녹색당으로 표를 던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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