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계약기간 2년 이상 남았는데 쇠창살로 출입 봉쇄
호텔 개최 학술행사도 '당국 관계자'들이 집단 방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 개혁파 경제학자들의 거점 역할을 해온 독립 싱크탱크인 '톈쩌(天則)경제연구소'가 폐쇄위기를 맞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들어 베이징(北京)에 위치한 톈쩌경제연구소 사무실이 봉쇄되면서 연구소의 활동이 어려워졌다. 연구소를 운영하는 회사의 영업허가도 취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인 17일 베이징시 교외의 관청에서 이 연구소 운영회사의 영업허가를 취소할지 여부를 논의하는 공청회가 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열렸다.
당국은 운영회사가 설립 당시부터 무허가로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구소 측은 학술적인 의견교환일뿐 "교육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톈쩌경제연구소는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퇴직한 개혁파 경제학자 마오위스(茅于軾) 등이 1993년에 설립했다. 약 25년간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촉구하는 경제학자들의 활동거점 역할을 해 왔다.
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올 봄 사무소 계약기간이 2년 이상 남아 있는데도 부동산 회사가 퇴거를 요구해 왔다. 연구소 측이 계약 등을 들어 다툴 기미를 보이자 7월에 부동산 회사 관계자로 보이는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와 사무실에 쇠창살을 설치, 출입을 봉쇄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부동산 회사에도 항의했지만 해결될 기미가 없다.
사무실 폐쇄후 호텔 등에서 학술교류행사를 개최하려 했지만 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방해했다고 한다.
연구소 측은 운영회사의 영업허가가 취소될 경우 다른 관계사가 운영을 이어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장하오(蔣豪) 연구소 부소장 대리는 "당국이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 우리의 활동을 환영하지 않는다"면서 "관계사도 조만간 같은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여 언론의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사히는 서구적 민주주의와 자유를 부정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지도부가 들어선 이래 개혁파 지식인의 언론활동에 대한 억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톈쩌경제연구소 홈페이지와 SNS 계정도 작년에 봉쇄됐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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