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만 법 앞에 평등"…법원 국감 '사법농단 영장기각' 도마(종합)

입력 2018-10-18 17:57  

"법관만 법 앞에 평등"…법원 국감 '사법농단 영장기각' 도마(종합)
"법관 이해 걸린 사안은 기각사유 찾아…영장에도 카스트 있나" 비판
민중기 중앙지법원장 "주거 평온과 유사한 취지 영장기각은 전에도 있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등 국정감사에서는 '사법농단 의혹'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얻은 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법관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형사사건의 최근 3년간 구속영장 발부율이 81%인데 사법농단 사건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며 "압수수색 영장 역시 일반 사건의 3년간 발부율이 87.5%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거주지에 대한 영장은 4차례 모두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이 자신의 이해가 걸린 사건은 들여다보면서 영장을 기각할 사유를 찾는 반면, 다수의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고 검찰이 청구하는 대로 발부해 주는 관행이 유지되는 것이라 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사유는 85자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35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43자였는데 최근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경우 기각 사유가 2천838자에 달했다"며 "이 모습을 보고 결국 국민들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최근 10년간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률이 평균 3% 정도인데 올해는 5.9%이고, 법원 전체 기각률이 12.44%인데 서울중앙지법은 24%에 이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각종 영장의 기각 사유를 두고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해명에 나섰다.
민 법원장은 "주거의 평온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사례를 본 적이 있느냐"는 백혜련 의원의 질의에 "주거 자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커서 그것을 상쇄할 만한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기각된 사례는 꽤 있었다"고 답변했다.
민 법원장은 "채용 비리 사건과 관련됐거나 국정원 직원 등이 대상인 압수수색 영장 기각사례 72건을 확인했다"면서 "'주거 평온'을 사유로 한 것은 없었으나 유사한 취지의 사유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백 의원은 "영장에도 '카스트(인도의 신분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발부된 영장의 균형도 너무 맞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에게 "사법농단은 오해이고, 범죄는 성립하지 않고 윤리·도덕의 문제이므로 검찰이 범죄를 전제로 요청한 영장을 발부할 가치가 없으며 기소해도 무죄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또 "무죄 판결 이후에는 역풍이 불어 김명수 대법원장과 검찰 수사에 협조한 법관에 반대하는 내부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대법원은 휘청거릴 것이라는 인식도 드느냐"며 추궁했다. 최 법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지금까지 판사들 중에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책임지거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며 "법원장급 간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적어도 간부들은 집단사표라도 쓰든 의사 표현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사법농단 의혹의 초기에 법원이 자체 조사를 벌이면서 문제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당시 추가조사위원장을 맡았던 민중기 법원장에게 향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민 법원장에게 "당시 (법원행정처 문건 중에서) 동향 파악 문건이 다수라는 결과만 발표한 것은 사건을 축소하고 손 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진상을 밝히기보다 법원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덮으려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 협조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정갑윤 의원은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이 의혹을 질타하자 대법원장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모습은 마치 조폭들이 대장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것 같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사법부가 끓는 물 속에서 개구리가 잠들어 가듯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요소에 자기 목소리를 내 달라"고 주문했다.
사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법원장들이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 수령한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은재 의원은 "양승태 비자금이라 지칭된 공보관실 운영비가 올 상반기까지 법원장들에게 지급된 적이 있다"며 "공보판사들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종종 언급되는 '소속 연구단체'도 이날 법사위원들의 질의 사항으로 거론됐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원별로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연구단체별 활동 인원수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대로 표창원 의원은 사법농단 의혹을 부인하는 인식의 배경을 두고 "민사판례연구회라는, 법원 내 하나회라고 불린 조직이 있다"고 언급했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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