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 "이제 멜로는 그만…주인공 아니어도 '센 역할' 원해"

입력 2018-10-18 14:36  

이서진 "이제 멜로는 그만…주인공 아니어도 '센 역할' 원해"
영화 '완벽한 타인'서 비밀 많은 꽃중년 남편 역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이서진(47)이 오랜만에 본업인 배우로 돌아왔다.
최근 몇 년간 '꽃보다 할배' 시리즈, '윤식당' , '삼시세끼' 등 예능에서 활약하며 대중에 친근한 이미지를 쌓은 그다. 겉으로는 투덜대면서도 살뜰히 주변을 챙기는 반전 매력으로 사랑받았다.
그런 그가 이달 31일 개봉하는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신혼을 즐기는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 역을 맡았다.
영화는 오랜만에 모인 40년 지기 고향 친구들과 그 배우자들이 저녁 식사 동안 스마트폰의 통화 내용과 각종 메시지를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각자 비밀이 들통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준모는 아내에게 다정다감하지만, 그곳에 모인 7명 가운데 가장 큰 비밀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맨 처음 걸려오는 낯선 전화에 저도 모르게 움찔하기도 한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이서진은 "제 모습처럼 연기했을 뿐, 준모와 제 실제 성격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다"며 웃었다. 그는 얼마 전 열린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도 "능글맞은 캐릭터가 어렵고 힘들었다. 평소에 그런 걸 잘 못 한다"며 "내겐 너무 힘든 도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여러 여자와 얽히는 준모 캐릭터에 대해 "여자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게 각각 취향과 눈높이를 맞춰주는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준모는 친구들에게 학력 콤플렉스를 느끼기도 하며,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 '다 같이 죽자'는 분위기로 바뀌자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모니터링 시사회 때 관객들이 제가 욕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는 반응이 나왔었나 봐요. 사실 남자들은 친한 친구들과 대화할 때 욕도 하고 그러거든요. 저를 잘 아는 이재규 감독이 관객 반응을 보고 저더러 '잘 속이고 사는 것 같다'고 놀리시더라고요. 예능에서 짜증 내고 투덜대는 모습을 보여서 제 이전 이미지는 버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저를 그렇게까지 봐주시니 감사하죠. 하하." 이서진은 드라마 '다모'(2003)로 이재규 감독과 인연을 맺은 뒤 친분을 유지한다.
이 작품에는 이서진을 필두로 조진웅, 유해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까지 총 7명이 등장한다. 배우들은 전남 광주의 세트장 인근에서 한 달간 숙식하며 촬영했다.
"유해진 씨 빼고는 친분이 없던 분들이었죠. 한 달 내내 같이 붙어서 촬영하고, 저녁 먹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지금 촬영을 하는 건지, 실제인지 구별이 잘 안 될 정도였어요. 카메라가 안 돌아갈 때도 계속 앉아서 떠들었죠. 처음에는 다들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너도나도 다들 너무 잘하더라고요."
이서진은 "배우들끼리 끈끈한 정이 생겨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배경이 저녁 식사 자리이다 보니 주인공들은 촬영 내내 먹는 게 일이었다. "촬영이 끝날 때 되면 자기 앞접시에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체크해서 다음 날 똑같이 재연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물곰탕 등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잘 먹었는데, 나중에는 힘들더라고요. 막내인 윤경호씨는 너무 먹어서 배탈도 여러 번 났죠."
그는 "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가족 관계나 고부갈등, 부부 문제 등 다양한 감정과 현실 문제가 녹아있다"면서 "제가 찍고 '재미있다'고 말하기가 좀 뭣하지만, 촬영했을 때 느낀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서진은 1999년 SBS 드라마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했다. 만 19년 차 배우로서 고민의 일단도 털어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역할이 바뀌는 시기죠. 아직 결혼도 안 했고, 가정생활을 안 해봐서 아빠 역할은 부담스럽습니다. 어렸을 때는 잘되는 작품, 주인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벗어났어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역할,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멜로는 더는 안 하고 싶고요."
이서진은 현재 OCN 7부작 드라마 '트랩'을 촬영 중이다. 하드보일드 추적 스릴극으로, 그는 알 수 없는 덫에 걸린 앵커 강우현을 맡았다. 그가 원한 '센 역할'이다.
말이 나온 김에 가정을 꾸릴 계획은 있는지 물어봤다. "친구들이 자식들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그러다 집에 오면 '혼자 있으면 이렇게 편하구나' 생각하죠. 글쎄요. 아직은 결혼 계획은 없습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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