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차례 답변에도 끊이지 않는 소년법 개정 청원

입력 2018-10-20 09:00  

청와대 2차례 답변에도 끊이지 않는 소년법 개정 청원
잇따른 청소년 범죄에 청원 속출…청와대 3번째 답변 관심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소년법을 개정해 형사 미성년자의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앞서 2차례에 걸친 청와대 답변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소년법 개정에 대한 국민청원은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29일 김모(18)양이 인천시 연수구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세 초등생을 자기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내용이다.
특히 공범인 박모(20)양은 김양에게 시신 일부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주변에 충격을 줬다.
재판부는 같은 해 9월 열린 1심에서 박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주범인 김양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당시 17세인 김양이 소년법 대상자여서 공범보다도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이다.
현행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형량을 완화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게 돼 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도 미성년자가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최장 20년으로 형량을 제한하는 특례조항이 있다. 김양의 범죄에는 이 특례조항이 적용됐다.



소년법으로 주범과 공범의 형량이 갈린 내용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년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이 청원은 39만6천여명(같은 해 9월 25일 기준)이 넘는 추천을 받아 같은 해 8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문을 연 뒤 처음으로 청와대 답변 조건(30일간 20만명 이상 추천)을 충족했다.
청와대는 이 청원을 1호 답변 대상으로 정하고 영상물을 통해 소년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당시 영상물에서 "청소년이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 청소년들을 엄벌하라는 국민의 요청은 정당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이 문제를 푸는 데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또는 두 칸으로 낮추면 된다는 건 착오라고 생각한다"며 소년법 제3절 보호처분을 활성화하자고 대안을 제시했다.
보호처분은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게 집행하는 보호관찰, 시설 감호 위탁, 소년원 송치 등 10가지 처분이다. 신상에 기록이 남지 않아 해당 청소년 장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청원은 끊이지 않았다.
올해 3월 대구에서 여중생이 또래 청소년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사진까지 찍힌 '대구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피해자 어머니의 청원으로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재차 들끓었다.
이 청원이 청와대 답변 조건을 충족하자 청와대는 같은 해 8월 23일 영상물을 통해 다시 한번 소년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내놨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영상물에서 "(형사 미성년자인) 14세 기준은 1953년 만들어진 것으로 이를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26개나 발의돼 있어 관련 법 개정에 협력할 계획"이라며 이전 답변보다는 소년법 개정에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청와대는 소년법 개정에 대한 세 번째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19일 제기된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형사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이달 14일 추천 인원 2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올해 2월께 한 여중생이 남학생 2명에게 성폭행당하고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따돌림당한 뒤 같은 해 7월께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한 내용이다.
이들 남학생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붙잡혀 경찰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경찰은 이들이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에 해당해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글을 통해 "가해 학생들은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만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분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며 "소년법은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천국으로 가게 된 여동생과 가족에게 너무 억울한 법"이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청와대 답변 조건을 충족한 청원에 대해서 청와대는 모두 답변하고 있다"며 "답변 조건을 충족한 시점에서 되도록 한 달 내로 답변하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tomato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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