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전산 종법사 "남을 나로 알고 살아야"

입력 2018-10-18 16:11   수정 2018-10-18 19:48

원불교 전산 종법사 "남을 나로 알고 살아야"
제15대 종법사 선출…다음달 취임



(익산=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불의를 상대해 이겨서 세우는 정의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불의까지 품어서 세우는 정의가 오래가기 마련입니다."
지난달 원불교 교단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전산(田山) 김주원(70) 종법사는 18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에서 그리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정의, 불의의 한계를 넘어 정의를 실현하는 게 종교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산 종법사는 원불교 핵심 목표 중 하나인 무아봉공(無我奉公)을 내세웠다.
무아봉공은 나를 없애고 공익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뜻으로, 이기심을 버리고 세상을 위해 선행을 베풀고 덕을 쌓는 게 곧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정신이다.
전산 종법사는 "물질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있다"며 "물질을 활용할만한 정신, 도덕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불교에서 참된 수도는 산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 가운데에서 마음을 잘 써나가는 것"이라며 "생활 속에서 자신의 모든 활동을 세상에 유익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大山) 김대거(1914~1998) 종사의 평생 신조였다는 '남을 나로 알고 산다'를 소개하며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강조했다.
전산 종법사는 "나 역시 그 신조를 따르려 하지만 그렇게 못살고 있다"며 "나도 과거에는 법을 세우는 데에만 신경을 썼는데 나이가 드니 달라졌다. 법을 세우는 목적은 사람을 살리자는 것인데 사람을 상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원불교 총무부장으로 6년간 일하며 교단법을 정비하고 사장된 법을 실행하는 데 정성을 쏟았다.
원불교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소감에 대해 그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잘 모르겠고, 이게 내 자리가 맞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탈종교 시대 속 원불교를 이끌 방향에 대해서는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당장의 침체와 발전보다는 소태산 대종사가 원불교를 세우실 때 하시고자 했던 정신에 따라 늦든지 빠르든지 원칙대로 해보고자 한다"며 "미래를 보고 욕심을 버리고 사회를 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자고 나면 통일이 됐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올해 들어 실제로 그런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미워하는 마음이 상당히 없어진 것 같다"며 "봄이 올 때 꽃이 한 번에 확 피는 시기가 오는 것처럼 세상의 기운이 바뀌는 것도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북을 비롯해 서로 갈등과 다툼이 있었다면 어두운 과거에 대한 대참회를 하고, 서로 원망하는 마음을 풀고, 어리석은 잘못을 용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산 종법사는 일반 국민들과 청년들에게는 원망보다는 감사와 희망을 가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원망을 품고 가기보다는 감사할 일을 찾자는 것이다.
그는 "내가 당하는 일에 남 탓을 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잘 수용하면서 미래를 위해 다른 방법을 가지고 노력하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며 "참고 기다리면 길이 나오고 어떤 어려움에도 길은 있다"고 말했다.
1967년 출가한 전산 종법사는 총무부장, 경기인천교구장, 교정원장, 중앙중도훈련원장, 영산선학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교단 최고의결기구인 정수위단원으로 세 번 선출됐으며 2006년에 종사위를 서훈 받았다.
다음 달 4일 취임하는 전산 종법사의 임기는 6년이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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