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원, 대법원 결정 따라 여성금지 해제…보수 교도, 여신도·여기자 공격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유명 힌두사원에 여성 출입이 허용되자 보수 힌두교도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서고 여성 신도를 폭행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8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보수 힌두교도들은 전날부터 인도 남부 케랄라 주(州)의 사바리말라 사원을 들어가려는 여성 신도를 막기 위해 인근 길목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에 나선 힌두교도들은 사원 출입을 시도하는 여성 신도는 물론 여기자도 공격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다친 여성이 속출하고 있고 여성 신도가 탄 차량은 돌과 유리병 등으로 훼손됐다.
현지 TV 영상을 보면 시위대들은 카메라 촬영을 손으로 막거나 리포팅 중인 여기자를 위협했다.
이에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 진압에 나섰지만 아직 여성 신도는 이 사원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정부는 18일에는 경찰 병력을 더 늘려 시위대 해산에 힘쓰고 있다.
[로이터 제공]
인도의 상당수 힌두사원은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깨끗하지 못하다'는 게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들 사원은 생리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서는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사바리말라 사원은 매우 신성한 곳이라는 이유 등으로 10세부터 50세까지 모든 가임기 여성의 출입을 금지해왔다. 사원은 힌두교의 생육의 신인 아야판을 모시는 곳으로 해마다 2천만명 이상의 순례객들이 찾는다.
그러다가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바리말라 사원은 지난 17일부터 관련 제한을 풀었다.
대법원은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수 힌두교도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물리력으로 여성 출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남성 힌두교도뿐만 아니라 여성 힌두교도까지 나서서 여신도의 사원 출입을 제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힌두교도들은 이 사원을 출입하려는 차량을 막고 여자가 승차했는지 여부를 일일이 감시하고 있다.
이에 피나라이 비자얀 케랄라 주 총리는 "사바리말라 사원 진입을 막는 이는 누구에게나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특히 케랄라 주 정부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힌두 우익단체로 집권당 인도국민당(BJP)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민족봉사단(RSS)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지만 케랄라 주는 마르크스주의 인도공산당(CPI-M)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케랄라 주 정부는 그간 모디 정부와 여러 사안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이와 관련해 P.S. 스리다란 필라이 케랄라 주 BJP 지부장은 AFP통신에 "여성의 절대 다수가 이번 대법원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랄라 주 BJP는 또 주 전역에서 '항의 폐업'을 하자는 시위대의 주장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