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보다 더 잔혹한 아랍 2세 지도자들

입력 2018-10-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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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보다 더 잔혹한 아랍 2세 지도자들
개혁·개방 서방의 기대 물거품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젊은 개혁주의자에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고 있다. 오히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반대파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선대를 넘어서는 가혹한 잔혹함을 동원하고 있다.
아랍의 고전적 전제군주나 독재자들이 구사해온 '세련된' 통치술에 비해 젊은 2세 독재자들은 국민이나 서방의 기대와는 달리 선대와 동일하게 탄압적이거나 때로는 더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지적했다.
지난 10여 년간 서방은 선친보다는 개혁적이고 현대적인 안목을 가진 2세 지도자들에 기대를 걸고 이들을 부추겨왔으나 이들은 기대와는 달리 선대와 똑같이 압제적이고 일부 면에서는 오히려 더 잔혹해 이들 걸었던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리아 독재자 하페즈 알 아사드의 아들인 바샤르,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인 세이프 알-이슬람,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의 아들인 가말, 그리고 지금 자국 언론인 피살 의혹을 받는 사우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MBS) 등이 2세 지도자들로 이들은 모두 처음에는 서방으로부터 한껏 기대를 모으고 출발했으나 그의 부친들과 별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들의 부친들이 다소 '세련된' 통치술로 독재권력을 유지해온 반면 2세들은 직설적으로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전통적으로 왕가 내 고위 왕자들이 합의체 방식으로 주요 국정을 결정했으나 33세의 젊은 후계자 빈살만 왕세자가 실권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1인 독재 체제가 들어섰으며 그에게 반대하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탄압이 가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빈살만 체제에 비판적인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실종된 사건으로 그동안 서방이 그에 대해 가져온 개혁주의적 왕자라는 신화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보다 앞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아들인 가말 역시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이집트 개혁에 적합한 지도자로 주목을 받았으나 결과는 오히려 부친의 몰락을 촉진하는 단서를 제공했다.
측근들이 부패 집단을 형성하면서 군부를 따돌렸으며 2011년 혁명 당시 군부와 민중이 무바라크 정권 타도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상황을 초래했다.
세련된 패션을 뽐내던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의 아들 세이프 알-이슬람은 2011년 반 카다피 봉기가 일어나자 부친 못지않은 독기를 품은 전사로 돌변했다.
군중연설을 통해 '마지막 남성과 여성, 총알까지 반군과 싸울 것'이라고 독려했다.
안과의사로 미모의 부인과 함께 서방으로부터 시리아를 자유 개방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샤르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부친의 잔혹함을 우습게 만드는 사악함으로 주민 봉기와 맞서고 있다.
아랍권에서 비교적 계몽된 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도 후임 군주가 오히려 선대보다 더 권위주의적인 통치를 펴고 있다. 평소 알려진 관대한 이미지와는 다른 강권 통치를 펴고 있다.
아랍권의 2세 지도자들이 평소 성향이나 주위의 기대처럼 쉽게 개혁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비민주주의 체제인 중동 지역의 경우 체제 유지가 최상의 가치인 만큼 변화(개혁)는 그만큼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새로운 지도자들은 투명성이나 책임성이 결여된 상황임에도 공통으로 경제개혁을 앞세우고 있다. 서방이 바라는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들은 또 의욕은 넘치지만, 경험 부족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배출할 수 있다.
경험 부족은 불안감과 복합되고 이들은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원로 자문역들을 배제한 채 제한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통치에 나선다. 그리고 종종 편집적인 본능에 의존하게 된다.
서방은 그동안 젊음을 개혁에 대한 다짐과 혼동해왔으며, 또 많은 해외 여행 경험을 통해 예술과 디지털에 높은 관심을 가진 이들이 상응하는 개혁에 나설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중동은 기대와는 다른, 현대성과는 상반되는 잔혹함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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