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親이스라엘 행보 노골화…팔레스타인 "나쁜 결정"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 정부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의 외교채널인 예루살렘 소재 미국 총영사관의 지위를 강등했다.
지난 5월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미국대사관에 통폐합시켰다.
앞으로 총영사관은 대사관 산하에서 '팔레스타인 부(Palestinian Affairs Unit)'라는 이름으로 기능하게 된다.
독립적인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대사급인 캐런 사사하라 총영사도 조만간 워싱턴DC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관련 업무는 계속하지만, 앞으로는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가 총괄하게 된다.
미 국무부는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따른 후속 조치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행정적 이유를 내세웠다.
지난 5월 18일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 있던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면서, 영구적인 부지를 찾을 때까지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Arnona)에 있는 총영사관 건물을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지속적인 동반관계와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영사관은 지난 수십 년간 사실상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대사관 격이었다.때문에 이를 없애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이스라엘, 반(反) 팔레스타인' 기조를 또 한번 선명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라는 뜻인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공동 성지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해 예루살렘을 자국의 통합수도로 간주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의 오랜 중동 외교 방향을 뒤집고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팔레스타인의 극심한 반발 속에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데 이어 이달초에는 20여 년간 운영돼온 PLO의 미국 워싱턴DC 사무소를 폐쇄했다.
연락사무소 성격인 이 기관은 팔레스타인의 대미 공식채널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관련 원조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이스라엘은 총영사관의 미국대사관 통합을 환영했지만, 팔레스타인은 비난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최고 자문관인 나빌 샤스는 과거의협정들을 위반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결정을 지속시키는 '몹시 나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샤스 자문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과의 마지막 연결고리마저 끊고 있다"면서 "평화를 복잡하고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번 조처가 미국과 팔레스타인 관계를 더 긴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quinte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