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결혼이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텍사스 고모'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이 안산문화재단과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지역 문화기관과 함께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오현실 국립극단 사무국장은 19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텍사스 고모'를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지역과 협업을 계획 중"이라며 "내년에는 네다섯 군데에서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고모'는 윤미현 작가의 신작으로 과거 결혼이주를 경험한 한국 여성과 현재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주 여성을 대비하며 다문화 속 숨겨진 문제를 제기한다.
윤 작가는 "대학 친구의 이모가 1970년대 초반에 아르헨티나에 결혼이민을 갔는데, 30년 만에 트렁크 하나만 들고 귀국했다"며 "그 모습과 이 땅의 이주 여성 모습이 겹치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36년 전 '텍사스 고모'는 주한미군이던 리처드를 따라서 미국 텍사스로 떠났다. 텍사스 고모는 수영장이 딸린 이층집에서 우아한 일상을 즐길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텍사스 고모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괴산에 있는 오빠에게 본인이 귀국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키르기스스탄에서 19살인 여자를 데려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골 마을에서는 흔한 일이라지만, 텍사스 고모는 36년 전 본인의 모습이 떠올라 키르기스스탄에서 온 여자 상황이 남 일 같지 않다.
최용훈 연출은 "우리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명 아래 미국에 가기를 꿈꾼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겪은 고통을 알고 있다"며 "갑질을 당했으면서도 갑질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는 관점으로 작품을 대했다"고 말했다.
36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텍사스로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텍사스 고모' 역에는 중견 배우 박혜진이, 환갑이 넘은 남자와 결혼해 괴산에 오게 된 '키르기스스탄 여인' 역에는 독일 출신 배우 윤안나가 캐스팅됐다.
박혜진은 "윤 작가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곡을 찌르는 윤 작가만의 언어가 있는데 그런 맛있는 대사를 제 입으로 직접 해 보고 싶어서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윤안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으로서 대본을 읽으면서 배역에 정말 공감했다"며 "이주 여성 역할을 연기하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말했다.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에서 26·27일 공연한 후 다음 달 2일부터 25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은 전석 3만원이다. ☎ 080-481-4000(안산문화재단), 1644-2003(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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