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맡은 방현영 PD…"하정우 씨 게스트로 초대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초인종을 눌러도 계속 거절당하다가 문을 열어주시면 정말 기쁘죠. 그 순간 환영받는 느낌이 방을 가득 채워요."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지난 10일 100회에 이어 오는 24일 2주년을 맞는다. 이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방현영 PD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만났다.
'한끼줍쇼'는 MC와 게스트가 한 동네를 방문해 무작위로 초인종을 눌러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형식이다. 출연자들은 수많은 거절 끝에 문을 열어주는 집에서 일반인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다. 두 시간 안에 문을 열어주는 주민을 만나지 못하면 실패하게 된다.
"거절당하면 무안하죠. 그걸 견디고 떨쳐버리면서 다시 도전하는데, 이 부분이 우리 인생의 축소판인 거 같아요. 그러다 누군가 문을 열어주면 감동을 해요. 한겨울에 밥을 먹기 전에 너무 춥다가 밥을 먹으면 따뜻해져서 외투를 벗고 나오게 될 정도죠. 문을 열어주시는 분들은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을 다 꺼내주실 정도죠. 그런 따뜻함 때문에 출연자뿐 아니라 스태프까지도 웃게 돼요."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는 점도 이런 '따뜻함'과 맞닿아있다.
"예능가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위로가 되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 같았어요. 저희 프로그램 안에 있는 사람 속 이야기만큼 위로가 되고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2년 동안 해보니까 그게 입증이 되더라고요. '한끼줍쇼' 주인공은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이죠."
방 PD는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데에 있어 꼭 지켜야 할 원칙과 철학을 강조했다.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원칙을 세우고 지금까지 고지식하게 지키면서 촬영했어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길에서 만나는 분들도 관련 팀을 꾸려서 촬영 동의를 받았죠. 그 외에도 발 냄새 때문에 덧신을 신기는 팀, 촬영 끝나고 정리하는 팀이 다 갖춰져 있어요. 그래도 항상 보완할 점이 있기 때문에 늘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동네 선정에도 원칙이 있다.
방 PD는 "프로그램이 오래가려면 쉬워 보이는 곳을 찾아다니기보다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부촌이든 아니든, 어떤 동네든 숟가락을 들고 초인종을 누른다는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되겠더라"며 "여러 풍경을 똑같은 방식으로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MC 섭외도 중요했다. '규동형제'(이경규와 강호동)는 이에 최적화한 MC들이었다.
방 PD는 "문을 무작정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방송국과 시청자간의 중재자가 됐으면 했다"며 "규동형제 외에 다른 사람을 대입하기가 힘들었다. 두 분이 같은 프로그램을 한 적 없어서 만남 자체도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 PD는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는 이효리, 김래원, 이문세 등을 뽑았다.
"이효리 씨가 들어간 집은 처음으로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 나왔는데, 이효리 씨의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인터뷰를 해서 기억에 남아요. 김래원 씨는 아이들 있는 집에 갔는데, '이런 가정을 갖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하더라고요. 이문세 씨의 경우 팬 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실현돼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뭉클하기도 했어요."
방 PD는 게스트로 하정우와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하정우 씨는 '먹방'(먹는 방송)의 대표주자라 초대하고 싶어요. 문 대통령은 얼마 전 방탄소년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끼줍쇼'를 언급하셨더라고요. 출연이 가능하실지는 모르겠지만요. 프로그램을 무조건 오래 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다음 녹화가 궁금하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궁금한 동네가 너무 많거든요. 남·북한 간 관계가 더 좋아지면 언젠가는 평양도 갈 수 있지 않을까요?"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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