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호통' 줄이고 '소통' 늘렸지만 협치엔 역부족

입력 2018-10-21 07:00   수정 2018-10-21 15:49

이해찬 '호통' 줄이고 '소통' 늘렸지만 협치엔 역부족
취임 두 달, 대야 강경발언 자제·현안 주도…당정청 관계서 강한 리더십 구현
당내 의원과 '식사정치'로 스킨십 강화…협치 미흡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지 두 달로 접어든 가운데 '호통' 이미지를 벗고 '소통' 당대표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노무현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피하지 않아 '호통 총리', '버럭 해찬' 등의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호통' 이미지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를 불식이라도 하듯 취임 이후 대야(對野) 강경 발언을 되도록 자제하고 당내 소통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이미지 변신은 전당대회 공약인 '강한 여당'을 실현해나가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야당과 각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 현안을 주도하는 당대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강한 리더십을 표방하며 당정청 관계에서 당의 존재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 대표는 한 해 서너 차례 정도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를 매달 열자고 제안해 관철했고, 주요 정책마다 한발 앞서 방향을 제시하며 현안을 이끌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공급 확대 주문 등이 대표적으로,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또 공공기관 지방 이전, 토지공개념 실질적 도입 발언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을 끌어낸 국정감사 질의 등 의제 설정의 중심에는 이 대표가 있었다.
과거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집권당인 민주당이 정국의 한 축으로 무게중심을 잡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 당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정청 관계에서 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면서 주요 현안을 선도하고 있다"며 "정책 면에서도 챙겨야 할 길목을 짚어 방향타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의 존재감 강화와 함께 당내 소통 강화도 이 대표가 신경을 쓰는 사안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현안 챙기기와 스킨십 강화를 위해 상임위원회별로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식사 정치'로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외통위, 행안위, 정무위,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각각 점심 자리를 가졌다. 국정감사로 잠시 멈춘 상임위별 오찬은 국감이 끝나는 대로 재개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임위별 이슈를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이 대표가 눈여겨봤는데, 이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 존재감 부각과 소통 면에서 이 대표가 점수를 받고 있으나, 야당과의 협치는 아직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최고 수준의 협치를 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정국을 얼어붙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간간이 나오는 이 대표의 '야당 자극성 발언'이 협치에는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최근 10·4선언 기념행사를 위해 방북해 북측 정치인들에게 "제가 살아있는 한 절대 (정권을)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하자 야당이 반발한 게 대표적이다.
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협치를 위한 노력을 안 한다기보다는 당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기국회에 돌입했고 국감도 이뤄져 협치가 쉽지 않은 국면"이라며 "예산과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많아 협치 노력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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