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130여명 사상자 발생"…인증기 문제로 일부 지역 투표 마감 연장
내년 대선 앞둔 시험 무대…"총선 결과 11월 중순 이후 나올 듯"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이 20일(현지시간) 극심한 테러 위협과 투표시스템 미비 등 혼란 속에서 총선을 실시했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IEC)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아프간 전국 5천여 개 투표소에서 시작된 총선 투표는 오후 3시께 공식적으로 마감됐다.
하지만 곳곳에서 반군의 테러가 발생하고, 유권자 인증 절차 등에 문제가 생긴 일부 투표소의 마감이 이날 밤 또는 21일까지로 연장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아프간은 총 34개 주(州)로 이뤄졌으며 이번 총선에서는 249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다.
총선 후보는 2천5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400여 명이다.
아프간의 전체 인구는 3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880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아프간 선거당국 관계자는 투표 결과는 11월 중순 이후에야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애초 2015년으로 잡혔던 아프간 총선은 3년가량 연기된 끝에 이번에 겨우 치러졌다.
다만, 이번 총선은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으며 상징성에 더 무게중심이 실린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혼란으로 인해 유권자 등록과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34개 주 가운데 20여 개 주에서는 정부군과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과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또 아프간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국가라 의회의 정치적 비중이 작은 편이다.
더욱이 현재 하원 최대 정당인 자미아트-에 이슬라미의 의원 수가 불과 17명이다. 의회 의석은 지역, 종파, 민족으로 갈가리 찢어진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즈니 주는 선거를 치르지 않는 등 여러 곳에서 투표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8일 테러로 주 경찰총장, 주 정보국장 등이 사망한 칸다하르 주 선거는 1주일 연기됐다.
반군 세력인 탈레반이 장악한 10여 개 지역구에서도 선거가 열리지 않았다.
BBC방송은 전체 투표소 가운데 30% 이상이 치안 우려로 아예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또 유권자 중복 등록, 데이터 조작 등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거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생체 인증 등록 시스템을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시작된 뒤 여러 시간이 지나도 이 기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여기에 선거 관리 직원의 기기 조작 미숙 등으로 투표 진행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일부 유권자는 기다리다 지쳐 아예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인증 과정 등에 문제가 발생한 일부 투표소의 경우 투표를 길게는 21일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이정표이자 시험 무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아프간 정부로서는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민주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현재 추진 중인 미국·탈레반 간 평화협상과 향후 정국 운영 등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이번 총선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음모에 따라 진행된다는 이유로 투표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총선 후보와 주민에게는 선거를 보이콧하라고 강요했다.
이미 이번 후보 10여 명이 탈레반의 테러 등으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수도 카불 등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AFP통신은 이날 총선과 관련한 폭력 행위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이 130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현지 보안당국 관계자는 카불의 한 투표소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 13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카불의 또 다른 투표소에서도 소규모 폭발이 발생해 3명 이상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다쳤다.
북부 쿤두즈에서도 반군의 로켓 공격으로 3명이 사망했고, 서부 헤라트에서도 투표소 인근에 로켓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가 다쳤다.
로이터 통신은 고르 지역에서만 11명의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프간 정부는 이날 애초 계획한 5만4천여 명의 치안 병력을 7만 명으로 늘려 투표소 인근 보안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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