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 정보총국 재정비 명령하며 책임자에 '살해 배후' 의심 왕세자 임명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일(현지시간)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한 소식통은 이날 로이터 통신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가 결국 죽게 된 해당 작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 용의자들과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초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카슈끄지의 죽음이 세간의 의혹처럼 기획된 게 아니라 우발적인 과실치사였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초기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나간 뒤 실종됐다는 것이었다.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이번 사건과 관련, 무함마드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카흐타니와 정보기관 부국장인 아흐메드 알아시리 장군 등 고위 인사 5명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동시에 국왕 직속 정보총국(GIP)의 구성과 규정, 권한 범위와 책임 등을 총체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장관급 위원회를 무함마드 왕세자가 조직하도록 명령했다.
살만 국왕은 "GIP를 긴급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건의에 따라 장관급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맡는다"며 "한 달 안으로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달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러 주이스탄불 총영사관에 들어간 반정부 성향의 카슈끄지가 공관 내에서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사건 당일인 2일 이스탄불에 입국한 사우디 정부 관계자 가운데 무함마드 왕세자의 측근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같은 의심이 짙어졌다.
이후 언론에선 사우디가 왕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희생양으로 삼으리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사건의 실체적 전모가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이날 경질된 5명 가운데 2명이 왕세자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우발적이었다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에도 '무함마드 왕세자 배후설'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우디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20일 사우디 국적의 용의자 18명을 구속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관련 기관이 진상을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알리고 관련자는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우디 당국의 이날 공식 수사 발표로 사건의 '성격'이 정리되자 사우디 내부에서는 이를 공식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사우디 검찰의 초기 수사 발표에 사우디 최고 성직자 조직은 20일 "수사 발표에 이어 국왕이 고위인사 2명을 해임하고 정보 기구를 개혁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정의와 공평을 언급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사우디 국영 아랍뉴스는 20일 비로소 트위터에 카슈끄지를 추모하는 사진을 올렸다.
아랍뉴스의 파이잘 압바스도 자신의 트위터에 "편안히 잠드시오 카슈끄지. 당신이 함께 근무했던 옛 아랍뉴스 동료를 대신해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의 비명횡사에 책임있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당신이 그리울 거요. 친구"라는 글을 올렸다.
사우디의 가장 가까운 우방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도 이날 "사우디의 진상 규명에 대한 노력과 살만 국왕의 지시를 지지한다"고 옹호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