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 정회원 임명…한홍순 전 대사는 명예회원
내년 학회 내 한국학 별도 분과 생길 가능성 커져
(밀라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한국 인문학계의 '태두'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로 꼽히는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에 입성했다.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는 지난 19일 저녁(현지시간) 밀라노에 있는 암브로시아나 도서관에서 임명식을 열고 김우창 교수 등 3명을 학회의 새로운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학회는 깊이있는 사유와 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으로 한국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수준을 높인 김우창 교수를 회원들의 투표를 거쳐 극동연구 분과의 정회원으로 선정해 이날 그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로써 이 학회의 한국인 회원은 2015년 정회원으로 임명된 고은 시인에 이어 2명이 됐다.
주교황청 대사를 지낸 한홍순 한국외대 명예교수도 이날 명예 회원으로 위촉돼 임명장을 받았다.
1609년 문을 연 세계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유명한 암브로시아나 도서관 내에 자리한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는 그림과 조각 등을 가르치기 위해 페데리코 보로메오 추기경에 의해 1620년 설립된 기관을 전신으로 하는 유서 깊은 학회다.
이 도서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음악가의 초상' 등 그가 그린 1천여 점의 그림과 스케치를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류의 뛰어난 문화 유산의 보존과 촉진, 서로 다른 문화 간의 교류를 목표로 그리스·라틴, 이탈리아, 슬라브, 극동, 근동, 아프리카 등 8개 분과로 구성된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에서는 현재 세계적인 학자와 연구자 35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학회의 극동 분과를 이끄는 피에르 프란체스코 푸마갈리 몬시뇰은 이날 임명식에서 "남북한의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증진되며 최근 한반도가 부쩍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학자들을 정회원과 명예회원으로 받아들이게 돼 뜻깊다"고 밝혔다.김우창 명예교수와 한홍순 명예교수가 새로운 회원으로 합류함에 따라 내년쯤에는 극동 분과에 한국 세부 분과가 추가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극동 분과에는 현재 중국, 일본, 인도 등 3개 세부 분과가 설치돼 있다.
푸마갈리 몬시뇰은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한국학 분야의 회원이 더 늘어나 아카데미아 암브로시아나에 독립적인 한국 세부 분과가 생긴다면 우리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회에 한국 분과가 마련된다면 아직 독일이나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한국학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탈리아에서 한국 문학, 철학 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연구를 확산하는 본격적인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회원 임명식에 앞서 이틀 간 학회의 정기 학술대회에 참여한 김우창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문명의 전통이 깊은 이탈리아에서 여러 지역의 문명을 탐구하면서, 세계 문명을 종합해서 바라보고, 이런 종합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앞으로 인류와 문명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우리가 이 시대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고찰하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향후 이 학회 회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우창 교수는 앞서 18일 열린 학회의 연례 정기 학술대회에서 '윤리주의에서 민주주의로: 한국에서 근대로의 이행'이라는 주제로, 조선 시대의 유교 사상이 현대 한국인들의 정신과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이탈리아 내의 대표적 한국학자인 빈첸차 두르소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한국학 분야 발표에서는 이밖에 한홍순 교수가 '한반도에서의 평화의 도전'을 주제로 화해 분위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격동기 한반도의 상황을 조명하고, 평화가 정착되기 위한 조건 등에 대해 고찰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의 안종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의 호주제의 상황과 의미 등에 대해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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