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의 한화 불펜, 준PO에서 부진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화 이글스가 자랑하는 불펜진이 무너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한화는 홈에서 2패를 당하며 코너에 몰렸다.
한화는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2차전에서 5-7로 역전패했다.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화가 바라는 반대쪽으로 향했다.
1-3으로 끌려가던 한화는 4회말 3점을 뽑아 4-3으로 역전했다.
5회말 1사 후 선발 키버스 샘슨이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자, 한화 더그아웃이 움직였다.
불펜진을 투입하면 리드를 지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샘슨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베테랑 우완 안영명이었다. 안영명은 긴 이닝을 소화하는 롱릴리프다.
하지만 안영명이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주자, 한용덕 한화 감독은 곧바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영건 박상원이 등판했다. 그러나 1사 1, 2루에서 첫 타자 임병욱과 맞선 박상원은 시속 143㎞ 직구를 던지다 우중간 담을 넘어가는 역전 3점포를 허용했다.
베테랑 우완 안영명은 제구 난조로 볼넷을 허용했고, 영건 박상원은 힘으로 상대를 누르지 못하고 홈런을 맞았다.
선발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갈 경우, 2∼3이닝을 합작해야 할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한화의 셋업맨 이태양도 4-6으로 밀린 7회 2사 후 등판해 김민성, 송성문, 김재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쐐기점을 내줬다.
한용덕 감독이 내세운 '한화의 최고 무기'는 불펜진이다.
한화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4.28로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불펜진이 소화한 이닝도 550⅓로 가장 많다.
순위 싸움이 치열했던 9월 이후에는 불펜진이 30경기에서 143⅓이닝을 던졌다. 이 기간 한화 선발진은 121⅓이닝만 던졌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9월 이후에는 매 경기가 치열했다"고 했다. '단기전 경기 운영법'을 미리 사용한 셈이다.
한 감독은 준PO에서도 선발이 흔들리면 투수를 과감하게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화의 불펜 야구는 준PO 1, 2차전 연속해서 빛을 잃었다.
1차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초 권혁이 임병욱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1사 2루에서 박상원이 대타 송성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뼈아픈 한 점을 내줬다.
2차전에서는 안영명의 볼넷에 이은 박상원의 피홈런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다양한 불펜을 활용해 상대를 누르려던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규시즌에서 구원진에 약점을 보였던 넥센이 불펜 덕을 봤다.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많지 않은 넥센은 '확실한 불펜 투수 한 명'에게 긴 이닝을 맡기는 전략을 썼다.
1차전에서는 마무리 김상수가 8회 1사 후 등판해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세이브)를 지켰다.
2차전에서는 4회 2사 후 등장한 신인 안우진이 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구원승을 거뒀다.
김상수는 2차전에서도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챙겼다.
이번 준PO 1, 2차전 불펜 평균자책점은 넥센이 1.82(9⅔이닝 2실점)로 한화(4.70, 7⅔이닝 3실점)에 크게 앞선다.
상대 강점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약점을 완벽하게 메운 넥센은 원정길에서 값진 2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홈 고척 스카이돔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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