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 차세대 무역스쿨 5년째 참가한 위해태산국제무역 대표
"중국선 인내없이 성공못해…실패요인 줄이면 반드시 기회 온다"
(베이징=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군 제대 후 우연히 시작한 중국 여행은 23살 청년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뉴스에서 본 중국은 '시골' 내지 '후진국'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상하이(上海)에서 본 사람들은 활력이 넘쳤고 한국인보다 오히려 개방적이었다.
호주로 유학을 가려던 생각을 접었다. 호주보다는 중국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중국 최고 명문대인 인민대학교에 입학했다. 중국에서 8년째 사업가로 활동하는 위해태산국제무역유한공사 한성환(37) 대표의 이야기다.
중국과의 강렬한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하는 한 대표는 지난 2014년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중국 차세대 글로벌 창업·무역스쿨(이하 차세대 무역스쿨)에 참가한 것으로 계기로 지금까지 꾸준히 월드옥타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들을 돕고 싶어 올해도 차세대 무역스쿨을 찾은 한 대표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이 행사에 오고 있지만 우수한 친구들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라며 "예전에는 없던 참가자 선별 과정도 생겼고 사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최종 결과물이 정말 좋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을 좋아했던 한 대표는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주변과 네트워크를 쌓았다. 인민대학교 한국유학생회 회장, 베이징시총한국학생연합회회장 등의 이력이 그의 뛰어난 사교성을 증명한다.
외향적인 한 대표에게 창업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졸업을 앞둔 2010년 친한 교수로부터 교내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고 고민 끝에 직접 입찰 계획서를 제출했다.
한 대표는 "인민대학교가 워낙 보수적이라 유학생 신분으로 모교에 커피전문점을 오픈한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평상시 교내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교수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이 덕분에 인민대학교에 처음으로 들어온 외자법인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고 떠올렸다.
커피 전문점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 기업 온라인 브랜드 마케팅, 한국 농수산 가공식품수출입·유통 등 쉼 없이 사업을 진행해온 한 대표에게도 어려움은 없지 않았다. 바로 '타향살이의 외로움'이었다.
그는 "유학을 함께 했던 선후배들이 떠나고 사업에 실패한 지인들도 계속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이때 차세대 무역스쿨에 참가하게 됐고 한국으로 떠나지 않고 나와 함께 계속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너무 좋았다"며 웃었다.
중국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 대표지만 아직도 그에게 중국은 힘든 시장이다.
그는 "외국인을 위한 법보다는 자국민 보호를 위한 법이 많다는 사실을 항상 느낀다"며 "또 중국 직원, 비즈니스 파트너와 문화가 달라 아직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한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가장 필요한 마인드로 '인내'를 강조했다. 뭐든지 빠른 한국을 생각하면 중국에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한국은 시간과 거리의 개념이 다르다"며 "중국은 '금방 올게'라고 말하면 보통 30분이고 납기일도 '10일∼30일 이내'처럼 대충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장의 비즈니스가 진행되지 않아도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기존에 맺어온 관계를 바탕으로 2∼3년 뒤에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후배들에게 '성공'보다는 '위기에 빠지지 않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중국에서 진짜 성공을 거두려면 긴 호흡으로 관계를 맺고 시장에서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가 한국에서 많이 쓰는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承),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敗)라는 말 대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문구를 항상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공의 비법을 말해달라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위기가 덜 찾아오고 이게 더 괜찮겠다는 내용을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실패의 요인을 줄여가다 보면 언제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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