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집팔았는데…"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강화에 '시끌'

입력 2018-10-21 10:05  

"정부 믿고 집팔았는데…"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강화에 '시끌'
주택 소유 '이력' 따지는 규정에 반대·수정 요구 잇따라
국토부 "입법예고 기간 내 의견 수렴 후 결정"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9·13대책의 후속 조치로 발표한 청약제도 개편안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바뀌는 기준으로 청약자격을 잃게 되거나 당첨 확률이 줄어든 사람들의 불만이다.
어느 한쪽의 당첨 확률이 높아지면 다른 쪽은 당첨 확률이 낮아지는 청약제도 특성상 이해 당사자 간 찬반 의견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이후 청약 담당과에는 개정안과 관련한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바뀌는 규정에 대한 문의도 있지만 대부분 개정안에 대한 반대 또는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국토부 홈페이지 입법예고란에는 개정안 입법예고 뒤 열흘 만에 60여 건의 의견이 달렸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 강화를 반대하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신혼 기간에 주택을 소유한 사실이 있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무주택 세대구성원이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했는데 앞으로는 혼인신고일 이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입주자모집공고일 현재 무주택가구 구성원이라도 특별공급 자격을 주지 않는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보유 주택을 팔아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뒤 또다시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을 얻어 새 아파트를 손쉽게 분양받는 '얌체족'을 잡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당장 집을 판 신혼부부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 말만 믿고 집을 팔았는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현재 신혼부부 특별공급 개정안을 반대하는 글들이 십여 건 올라와 있다.
한 신혼부부는 "지방에 작은 소형 빌라를 하나 갖고 있다가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특별공급 청약을 위해 집을 팔았는데 갑자기 청약제도를 바꿔 특공 자격을 박탈하겠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며 "투기를 막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준을 소급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신혼부부는 "결혼 직후 아이를 낳고 전세 옮겨 다니기가 힘들어 소형 아파트를 1억원 중반에, 그나마 절반은 대출을 끼고 구입했다가 아이가 2명이 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집을 넓혀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지난 7월에 집을 팔았다"며 "석 달 동안 특별공급 물량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대상에서 제외해버리면 평생 전세살이라도 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고판 경우가 아닌 경우에 대해서는 구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일정 기간 개정안 시행을 유예하거나 법 개정 전 매도한 주택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민원인은 "최근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을 혼인 후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하고 공급 물량도 늘린다고 해서 내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갑자기 특별공급 자격을 빼앗겠다니 너무 허탈하다"며 "결혼 전 주택을 가진 사람은 무관하고, 신혼 기간에만 주택 보유 이력을 따지겠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특별공급 대상자와 고가 전세 거주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노부모, 다자녀 특별공급에 대해서는 과거 주택보유 이력을 따지지 않으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만 적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신혼부부는 "1억∼2억원짜리 빌라의 보유 이력을 따진다면 수억원대 고가 전세 거주자에 대해서도 특공 자격을 발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1주택자들도 불만이다. 1주택자가 추첨제 아파트 청약 시 입주 가능일로부터 6개월 이내 집을 팔도록 한 조항에 대해 국토부에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앞으로 주택경기를 장담할 수 없는데 집을 억지로 팔기 위해 손절매라도 감수하라는 것이냐는 불만부터, 대부분 입주 시점에 주택 매도를 결정하는데 '입주후 6개월'은 너무 짧다, 불이행 시 처벌 규정이 과하다는 등의 불만이다.
집을 못 팔았다고 해서 주택 당첨 취소는 물론 최악의 경우 '징역형'의 처벌까지 내리겠다는 것은 갈아타기 수요인 1주택자의 청약 의지를 꺾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항에 대해서도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 비조정지역의 분양권 등 보유자는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들도 있다.
반면 집을 소유한 적이 없는 신혼부부나 무주택 청약자들은 정부 정책을 환영하며 이러한 불만들에 날을 세우고 있다.
한 신혼부부는 "어떠한 경우든 주택 보유 이력이 없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우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바람직한 것"이라며 "이러한 의지가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21일까지 이어지는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면서 보완 필요성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의 등을 거치며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혼부부 등 청약 대기자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일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청약제도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갑자기 제도를 바꾸면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득을 보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잦은 제도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취지는 살리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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