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전문가 "지방정부, 팔루 지반액상화 위험성 경고 무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규모 7.5의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표 형태의 쓰나미 감지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데다, 피해 지역의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경고가 수년 전부터 나왔는데도 무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산하 지질청은 지난 2012년 중앙 술라웨시 주 팔루 일대의 지반 액상화 위험성을 조사한 지도를 발간했다.
모래로 된 사질 층에서 쉽게 발생하는 지반 액상화는 지진으로 지하수와 토양이 섞여 지면이 늪처럼 물러지는 현상이다.
이 지도는 팔루 시내 거의 전역은 물론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 등 주변부 상당 구역을 지반 액상화 고위험 지대로 분류했다.
숙만다루 프리핫모코 인도네시아 지질학협회(IAGI) 회장은 "지질청은 지방정부에 이러한 조사결과를 전달하고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작년에는 영국 로열 할러웨이 런던대 연구진도 팔루가 쓰나미와 지반 액상화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저녁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술라웨시 섬 중부를 강타했을 때 팔루 시내와 주변 지역에선 대규모 지반 액상화 현상이 발생해 최소 3개 마을이 땅에 묻혔다.
재난당국이 밝힌 공식 사망자 집계는 2천103명이지만, 이렇게 매몰된 마을에서 실종된 주민 5천여명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현지에선 행방불명자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팔루 주변 해상에 설치된 쓰나미 감지 장치가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2012년 이후 작동하지 않았던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등 관련 당국은 시신 부패로 인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방역을 하고 이재민 22만3천여 명을 122개 임시대피소에 나눠 수용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BNPB 대변인은 텐트 등 구호물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의료 지원 등 기본적인 필요사항을 챙기는 동시에 파손된 인프라를 복원해 주민의 삶을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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