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연합뉴스) 이웅 기자 =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는 서귀포구 행사장에선 이미 '칠십리 퍼레이드'가 한창이었다.
축제 상징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인 이 퍼레이드에는 매년 인근 17개 읍면동 2천여 주민이 참여하는데, 천지동주민센터 교차로에서 자구리공원 행사장까지 1.4km를 행진한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바닷가 자구리공원을 무대로 한 '서귀포칠십리축제'에선 아름다운 풍광 속에 무르익어가는 제주도의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퍼레이드에 이어 제주 밤바다를 배경으로 한 축제 개막식 무대에선 전국 스토리텔링 공모에서 선정된 '칠성이와 함께 가는 칠십리 여행'이란 이야기를 따라 춤과 노래,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올해 축제 슬로건은 '잔치 햄수다'.
'잔치합니다'라는 제주말로 축제를 연다는 의미지만 전통적으론 혼례 이틀 전 잔치에 쓸 도새기(돼지)를 잡는 데서 시작하는 제주의 독특한 결혼잔치를 가리킨다고 한다.
축제는 결혼풍습을 본떠 첫날을 '도새기 잡는 날', 둘째 날은 '가문잔치 날', 마지막 날은 '흰잔치 날'로 꾸몄다. 제주의 결혼풍습을 체험하는 주제관과 함께 전통혼례를 시연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19~21일 사흘간 이어진 축제는 지역 예술인 공연을 비롯해 퓨전 전통놀이 경연 '베이블레이드 버스트', 청소년들이 숨은 끼를 뽐내는 '청소년페스티벌', 서귀포 8개 읍면동이 참여하는 '마을 마당놀이', 제주어 말하기 대회, '해순이와 섬돌이를 찾아라' 선발대회, 칩십리가요제 등 흥겨운 행사로 채웠다.
'서귀포 칠십리(西歸浦 七十里)'란 원래 조선시대 정의현청이 있던 표선면 성읍마을에서 서귀포구까지 거리가 70리(27.5㎞)라는 의미로 쓰이던 것이 지금은 서귀포의 아름다움과 신비경, 서귀포 주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서귀포칠십리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서귀포칠십리축제'는 올해로 24회를 맞았다.
1995년 소박한 지역 주민들의 축제로 출발해 지금은 제주시의 '들불축제'와 함께 제주도의 양대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주도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한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찾는 국제적인 축제로 변모해가고 있다.
양광순 축제조직위원위원장은 "성산포읍에서 대정읍까지 서귀포 전 시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독특하고 사람 냄새 가득한 축제의 향연에 앞으로 많이들 오셔서 신선하고 유쾌한 축제를 경험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축제가 열리는 자구리공원 일대에는 올레 6코스와 섶섬, 새섬, 새연교, 서귀포항, 천지연 폭포, 칠십리음식특화거리 등 관광 명소가 즐비하다.
서귀포 시내에는 비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이 머물던 집과 이중섭미술관이 있고, 인근 남원읍의 제주 속 작은 제주를 표방하는 휴애리 자연생활공원과 감귤 농장 등도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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