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조력자에 넘겼다"…시신없는 살인사건 될 가능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실종됐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시신의 행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2일 피살된 그의 시신이 발견되면 여전히 미궁 속에 빠진 그의 사망 경위가 상당히 명확히 풀릴 수 있어서다.
특히, 사건 초기 그가 총영사관에서 사우디에서 온 암살팀에 손가락이 잘리는 잔인한 고문 끝에 '토막 살해'됐다는 보도가 쏟아진 터라 시신이 발견된다면 이 의혹도 사실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
살해 도구나 목격자가 사실상 없는데다 엇갈리는 언론 보도와 사우디 정부의 석연치 않은 발표가 뒤섞이면서 현재로선 그의 시신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결정적 열쇠가 됐다.
그의 시신의 행방을 둘러싸고 사건이 발생한 직후엔 사우디 암살팀이 여러 조각으로 나눠 공항 세관의 검색이 면제되는 외교 행낭에 담에 본국으로 비밀리에 옮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암살팀으로 지목된 이들 가운데 사우디의 법의학 권위자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마치 범죄 영화를 연상케 하는 토막 살해설은 상당히 힘을 받았다.
이후 터키 언론을 통해 사건 당일 사우디 총영사관 주변의 CCTV 화면이 공개되면서 다른 추측이 나왔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한 시간 정도 뒤 사우디 외교 차량 번호를 단 검은색 밴이 100여 m 떨어진 총영사 관저로 이동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를 근거로 암살팀이 카슈끄지의 시신을 훼손해 총영사 관저로 옮긴 뒤 정원에 매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터키 소식통은 반사우디 매체 MEE에 "터키 당국은 매장 장소를 알고 있으며 사우디 정부가 수색만 허락한다면 정확히 그곳을 지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이 20일 비로소 우발적인 과실치사였다며 피살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다른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0일 "살해 용의자들이 카슈끄지의 시신을 총영사관 밖으로 빼내 터키 현지의 '조력자'에게 넘겨 처리해달라고 했다는 게 사우디 왕실 소식통의 전언이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21일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예기치 않게 사망하자 카펫으로 시신을 둘둘 말아 현지 조력자에게 넘겼다"고 전했다.
카슈끄지의 시신을 찾고 있는 터키 경찰은 총영사관 차량의 동선을 근거로 이스탄불 북부 녹지 벨그라드숲과, 보스포루스해협 남동쪽 얄로바시(市) 농촌 지역을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당국이 이번 피살 사건을 정부와 관계없는 일탈적 과실치사로 방향을 잡은 만큼 사건의 수사 주체인 터키 정부와의 '복잡하고 내밀한' 외교로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그의 시신의 행방을 가장 정확히 아는 사건 용의자들의 신병을 사우디 당국이 확보한 만큼 '미제 아닌 미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신의 처리를 맡겼다는 터키 내 조력자를 찾는다 해도 시신을 화장 또는 수장했다고 한다면 사건은 사우디 정부의 방향대로 종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뒤늦게 사우디 정부가 피살 사실을 자인한 까닭은 시신 은닉이 완벽하게 끝났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우디 당국도 시신의 행방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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