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적 책임지게 될 것…INF 탈퇴는 역사적 퇴보"
SCMP "INF 파기는 중국 겨냥한 것…강대국 군비경쟁 촉발할 것"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진방 안승섭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언급한 데 대해 중국 매체가 매우 위험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비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2일 사평(社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러 직전 이러한 언급을 한 것은 이와 같은 결정을 정식으로 통보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며 "국제 여론은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소련과 미국이 맺은 이 조약은 냉전 시기의 큰 전환점으로 이후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 기초가 됐다"면서 "지난 30년간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 조약을 대체로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최근 들어 미국은 빈번히 러시아가 INF를 위반했다고 질책해 왔다"면서 "이제 와보니 이런 행동은 미국이 조약을 탈퇴하기 위한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이 이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를 '매우 위험한 한 걸음'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또 "미국이 날이 갈수록 러시아를 무시하는 상황에서 INF에서 탈퇴까지 한다면, 러시아의 전략적 지위는 또 한 번 크게 무너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세계 전략 불균형 상태도 한 층 더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이 INF에서 탈퇴하면 세계적인 범위에서 또 한 번 탄도미사일 무기와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국제사회의 불안정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은 오늘의 결정으로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심할 바 없는 역사적 퇴보"라고 비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INF 파기 언급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멍쯔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INF 파기 계획은 미국이 중국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전투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INF 파기 후 미국은 새로운 무기 개발과 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NF 파기가 강대국 간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콜린 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러시아와 중국이 무기 개발의 속도를 높이도록 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INF 파기를 이유로 군비 강화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인 류웨이둥은 "미국은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 개발 배치를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나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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