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은 지금] ⑥체험마을로 찾은 미래…강진 서중마을

입력 2018-10-24 08:00  

[어촌은 지금] ⑥체험마을로 찾은 미래…강진 서중마을
쇠락하던 어촌서 10년 전 도전으로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나
청년 돌아오고 마량면 전체 활기…"바다가 돈이고 보물이더라"


(강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전남 서남부 최남단에 자리한 강진군 마량면 서중마을은 10년 전만 해도 쇠락기에 접어든 평범한 어촌이었다.
젊은이들이 객지로 뿔뿔이 떠나면서 노인들만 남아 농사와 어업으로 고단한 생계를 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바다뿐이었던 서중마을 어촌계는 10년 전부터 공동사업으로 체험마을을 시작했다.
강진 현지인조차 아는 이가 드물었던 작은 어촌은 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매주 평균 70여명의 여행객을 맞이하는 서남해안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이귀순(60·여) 서중어촌체험마을 사무장은 "바다가 돈이고 보물이더라"며 그간의 변천사를 풀어놓았다.

서중마을을 전국적인 명소로 바꾼 명물은 강진만을 배경으로 다도해 조각 섬처럼 떠 있는 해상펜션 여섯 채다.
마을 어귀 선착장에서 배로 1분 거리에 불과한데 초보자도 감성돔·도다리·농어·볼락·갯장어·숭어를 철 따라 낚아 올릴 만큼 천혜의 낚시터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바다 한가운데서 즐기는 낙조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도시 생활을 해온 여행객이 지내는 동안 불편하지 않도록 육지에서 수도와 전기를 끌어다가 바다 위 펜션에 설치했다.
에어컨과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 바비큐 파티까지 즐길 수 있도록 육지 여느 펜션 못지않은 넉넉한 시설을 갖췄다.

밥그릇과 접시는 강진의 자랑거리인 청자 제품으로 구비하는 정성을 쏟았다.
단 두 명부터 열 명 이상까지 묵을 수 있도록 면적과 구조 또한 다양하다.
낚시만 하는 바지선 두 척이 펜션 가까이 따로 있어 여행자를 위한 선택의 폭도 넓다.
서중마을은 10여년 전 김성환 당시 어촌계장이 경남의 한 바닷가에서 경험한 해상펜션으로부터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용기를 얻었다.
강진군청과 함께 한국어촌어항사업 공모에 나섰고, 마을 자부담금 10%를 포함해 총사업비 10억원을 들였다.

3년간 준비를 거쳐 2009년 7월 문을 연 해상펜션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의 여행객을 끌어모았다.
어촌계는 해상펜션 운영으로만 지난해 한 해 동안 각종 경비를 제하고 1억3천만원의 수익을 올려 고루 나눠 가졌다.
해상펜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활력을 마량면 전체에 불어넣기도 했다.
45∼60세 청년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97명인 마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마량항 수협위판장과 마트까지 주말이면 현지 먹거리와 싱싱한 횟감을 찾는 여행객으로 생기가 넘쳐난다.
서중마을의 자랑거리는 해상펜션만이 아니다.

풍족한 수산자원으로 사시사철 어촌 생활 체험행사를 이어간다.
40㏊(42만평)에 달하는 갯벌에서 겨울에는 굴과 꼬막을, 바지락은 1년 내내 캘 수 있다.
펄·모래·돌이 섞인 혼합갯벌이라 발이 빠지지도 않고 체험객에게 빌려주는 장화를 발목 길이로 잘라낼 만큼 활동하기에 편하다.
갯벌체험은 매일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간조 즈음 3시간 정도만 할 수 있다.
체험객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마을 누리집(https://www.seantour.com/village/seojung/main/)에 날짜별 물때를 안내하고 있다.

낙지 통발을 거둬들이는 체험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인데 통발 설치에 시간이 필요해 사흘 전쯤 예약하면 좋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이색 체험도 풍성하다.
여름에는 갯벌에 그물을 둘러치고 바닷물이 빠지면 물고기 떼를 맨손으로 잡아 올리는 전통 고기잡이 개메기를 할 수 있다.
겨울이면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수제 김 만들기가 제격이다.
김발 위에 나무틀을 놓고 물김을 붓고 나서 볏짚으로 엮은 건조장에 널어 말리면 약 3시간 뒤 수제 김이 완성된다.

어촌체험 활동으로 얻은 먹거리는 모두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서중마을은 풍성하고 알찬 체험객 행사들로 2013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우수 어촌체험마을로 선정됐다.
이귀순 사무장은 "태풍이나 풍랑만 빼면 체험마을 운영에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다"며 "바다에서 마을의 미래를 건져 올렸다"고 24일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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