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총리 23일 사우디 방문…파키스탄, 최악 부채 시달려 차관·투자 필요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경제회의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한다고 사우디 현지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총리실은 "칸 총리가 살만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FII에 참석하려고 23일 리야드를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FII는 파키스탄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있는 세계 경제의 중요한 지도자들을 만나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유력 기업인과 경제 분야 고위관료, 언론이 사우디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잇달아 이 행사에 불참을 통보한 터라 칸 총리의 참석은 눈에 띄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의에 초청된 정부 부문 인사가 장관급인 점을 고려하면 국가 정상인 칸 총리가 참석하는 것도 파키스탄이 이 회의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방증이다.
국제 사회에서 홀대받는 올해 FII에 파키스탄이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은 사우디의 투자와 차관이 필요해서다.
파키스탄은 현재 역대 최악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외채 950억 달러를 갚아야 하고, 지난해 경상 적자가 38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84억달러 수준으로 올해 말이면 잔액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칸 총리는 22일 보도된 중동 언론 MEE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현재 필사적인 처지다"라며 "카슈끄지 사건이 충격적이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사우디의 차관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달 19일 "다음달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상으로 긴급 구제자금을 받는 대신 우방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파키스탄이 차관을 빌릴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다.
이미 파키스탄은 2014년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사우디에서 15억 달러의 차관을 도입한 적이 있다.
현재 파키스탄 정부가 필요한 '급전'은 100억∼120억 달러로 알려졌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사우디로서는 우군을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만큼 파키스탄에 차관과 투자를 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칸 총리는 총리로 취임한 직후인 지난달 19일 사우디를 방문해 메카에서 성지순례하고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지원을 요청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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