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남측 재선충병 약제 제공으로 시작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남북이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산림협력회담을 하고 소나무재선충병 공동방제와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내달부터 남북 산림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남북이 이날 합의한 내용은 지난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발표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우선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 병해충에 대한 공동방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다.
남측이 11월 중 소나무 재선충 방제에 필요한 약제를 북측에 제공하고 내년 3월까지 공동방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은 최근 방제 약제와 기술 부족 등으로 병해충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북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면적이 25만㏊에 달할 정도로 산림 병해충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들어서는 소나무재선충병과 참나무시들음병 등 외래 병해충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2006년부터 강원도 통천지역과 평양시 일부 지역의 피해가 확인됐으며, 최근에는 평안북도 창성, 삭주지구에서도 피해가 나타났다.
이 같은 심각성을 고려해 남측이 내달 중 방제 약제를 제공하고,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우화(애벌레가 성충이 됨)가 이뤄지는 내년 3월 이전까지 공동방제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남북은 소나무재선충병을 비롯한 산림 병해충방제사업을 매년 병해충 발생 시기별로 진행하고, 병해충 발생 상호 통보, 표본 교환 및 진단·분석 등 병해충 예방대책과 관련된 약제 보장문제를 협의·추진하기로 했다.
재선충병 외에 모든 병해충 방제사업을 공동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연내에 10개의 양묘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합의로 보인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수행한 김재현 산림청장은 당시 북한의 대규모 양묘장을 방문한 뒤 "대규모 양묘장보다는 시·군 단위에 소규모 양묘장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였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이날 합의는 양측이 양묘 사업과 관련해 실효성 있는 협력방안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양묘장 온실 투명패널과 양묘 용기 등 산림 기자재 생산 협력문제를 계속 협의해 가기로 한 것은 남측이 직접 양묘를 통해 북한 산림 복원을 위한 묘목을 제공하기보다는 북측 양묘장 현대화를 위한 기술 전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산림협력이 인도적 차원의 사업이기는 하지만 일부 기자재와 물자 제공이 미국이나 유엔의 제동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방지 공동대응, 사방사업 등 자연 생태계 보호와 복원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산림과학기술 공동토론회 개최를 비롯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계속 협의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 전방위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합의로 해석된다.
ye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