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2011년 WSJ 기고 통해 INF 폐기 주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폐기 의사를 밝힌 것은 단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중국의 세력권인 태평양에서 재래식 전력을 증강할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군축전문가와 미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이 분석했다.
22일 외교·안보 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이들 전문가는 INF의 당사국이 아닌 중국이 그동안 조약의 규정에 제한받지 않고 방대한 재래 군비를 구축해 지역의 자유항행을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른바 '항모킬러'로 불리는 DF-21 대함미사일을 INF 범주의 대표적 무기로 지목했다.
중국은 이미 일본의 가데나 공군기지를 비롯한 역내 주요 미군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및 순항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울러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미사일 전력을 바탕으로 남중국해에서 거리낌 없이 군비를 증강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INF 폐기는 조약에 의해 그동안 묶여있던 재래식 무기를 확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이동식 및 지상발사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무기들을 태평양 도서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중국의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행정부 관리들은 지적했다.
올 초까지 미 국방부 부(副)차관보를 지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엘브리지 콜비 방위프로그램국장은 "태평양의 군사력 균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 규모가 매우 중대하고 진전된 만큼 우리도 모든 가능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군은 현재 역내의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해군함정과 공군의 폭격기에 의존하고 있으나 지상군의 야포 화력 보강이 핵심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역내 지상군에 중거리 지상 발사 무기를 배치할 경우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상쇄할 수있는 보다 다목적의 생존 가능한 전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콜비 국장은 지적했다.
행정부의 한 현직 관리도 이렇게 될 경우 "(미군이)방대한 추가적인 옵션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INF 폐기를 옹호하면서 그 필요성으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지목했다. 그는 당시 중국의 급속한 미사일 전력 증강이 태평양의 미군과 동맹군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볼턴은 당시 기고를 통해 INF 범주 미사일 위협을 감소하기 위해 INF 당사국 범위를 확대하거나 아니면 조약을 전면 폐기해 독자적인 억지력 재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부임하기 전 미 국방부는 INF 폐기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기조가 변하면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현 주한 미국 대사)은 ING가 태평양에서 미국의 우위를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당시 의회 증언을 통해 "지상배치 미사일을 갖춘 중국에 비해 우리가 불리한 위치에 있다"면서 "INF를 엄격히 준수하는 바람에 우리에게는 지상배치 전력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분석관도 미국이 INF 폐기를 통해 태평양 지역에 핵심적인 지상 발사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이를 통해 지상군이 더욱 정교한 장거리 화력 프로그램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AS의 콜비 국장은 태평양에서 미군이 우위를 확보해야 할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로 하여금 조약을 준수하도록 하는데 거의 5년을 소모했지만 태평양에서 우리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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