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러·美와 외교 불안 中과 관계 개선…아베 '외교 치적' 노려
中, 美와 무역전쟁 후 日에 접근…역사·영토 갈등은 불안요소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과 중국이 평화우호조약 발효 40년을 맞아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은 1978년 당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일본 총리와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부총리가 비준서를 교환하며 양국간 평화우호조약이 발효된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일본 언론들은 조약 발효 40년인 올해 중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올해 들어 일찌감치 자신의 중국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을 성사시켜 중일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대중 외교의 배경에는 중국과의 외교적 성과를 국내에서 강조하려는 아베 정권의 노림수가 있다.
국내 정치에서 정상외교 실적을 치적으로 강조하는 아베 정권이 러시아와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협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경제 문제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그동안 경계해왔던 데서 입장을 바꿔 협력하기로 한 것도 대중 관계 진전을 고려한 것이라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방일 당시 중국과 '일대일로 관민협의회'를 만들어 제3국에서의 인프라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25~27일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 두 나라는 제3국 인프라 사업 관련한 양해각서를 50개나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도 일본의 '중국 접근'을 가속했다. 대북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일본 측은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의 관계개선 전략이 중국에 먹혀드는 배경에는 중국이 무역 등의 이슈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중국과 경제협력을 고리로 관계를 개선하면 일본으로서는 향후 대미관계에서 '지렛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전쟁을 건 것이 중일 양국의 접근을 촉진했다며 "미중 무역마찰 후 중국이 (일본에) 빠르게 접근해왔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는 양국간 관계 개선을 위한 '제5의 문서'에 서명하는 방안이 부각되고 있다.
1972년 양국 국교정상화를 담은 공동성명, 1978년 평화우호조약, 1998년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발표한 공동성명, 2008년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합의한 공동성명를 잇는 새로운 결과물을 발표해 양국의 관계개선을 명확히 하자는 주장이다.
다만 두 나라 사이에서는 역사와 영토 문제 등 갈등 요소도 적지 않다.
양국이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상호 연락체계인 '해공연락 메커니즘'을 운용하기로 했지만, 중국이 양국간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 해경선 등을 보내고 일본이 공식항의하는 일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일본이 교과서나 방위백서 등 정부 문서에서 과거사 관련 도발을 계속하고 또 주요 각료 등 정치인들이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방문하는 상황도 양국 관계의 암초로 꼽힌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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