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언론인 암살 혐의 확인땐 국제법정 설 수도"

입력 2018-10-23 16:26  

"사우디 왕세자, 언론인 암살 혐의 확인땐 국제법정 설 수도"
美 전문가 "국제인권법 중대 위반…일부 국가서 책임 물을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MBS)의 자국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혐의가 확인될 경우 그와 다른 가해자들은 전 세계 민간 및 형사법정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밝혔다.
미 국무부 전범 문제 전담 특사를 지낸 스티븐 랩은 WP에 "만약 보도가 정확하다면 카슈끄지에 대한 행위는 고문과 강제실종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포함해 국제인권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슈끄지 살해에 대한 정의와 책임을 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나 MBS와 다른 가해자들을 단죄하기 위한 일부 법체계가 존재한다면서 카슈끄지의 가족들은 민간법정에 제소할 권리가 있으며 일부 국가의 검찰은 국제법과 판례를 토대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가 있다고 밝혔다.



랩은 "이러한 종류의 행위들은 희생자들에게 이 문제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사적인 소송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면서 "특히 최악인 카슈끄지 살해의 경우 제3국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제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MBS와 다른 사우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유엔 고문 금지협약에 따라 가능하며 사우디도 이 협약의 당사국이다. 고문 금지협약은 '공직자의 사주나 동의, 묵인하에 심대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협약에 가입한 모든 나라는 보편적 사법관할 원칙에 따라 사건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 MBS와 다른 가해자들의 처벌을 요구하거나 그의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벨기에가 차드의 전 지도자 이센 아브르를 반인도주의 죄목으로 세네갈에 그의 인도와 처벌을 요구한 것이 최근의 사례이다.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는 자칫 미국 관리들이 처벌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해 보편적 사법관할 원칙에 반대하고 있으나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고문과 강제실종과 같은 범죄의 경우 사건 발생 장소와 관계없이 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검찰총장은 지난 6월 시리아 공군정보국장을 전범죄목으로 국제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랩은 사우디가 조직적으로 가하는 살인과 강제실종 행위는 반인도주의 범죄이며 이는 국제법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설사 MBS가 카슈끄지의 살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그가 살인자들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국제법과 미국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995년 디아나 오르티스 수녀 강간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의 관할 부서 책임자인 엑토르 그라마호 과테말라 국방장관의 유책을 판시한 바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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