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직권남용죄 적용 방침…검찰 "처벌 사각지대 안돼"

입력 2018-10-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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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직권남용죄 적용 방침…검찰 "처벌 사각지대 안돼"
"재판개입 검토시켰다면 적용 가능…대법 판례에 맞춰 수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고위 법관들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하는 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같은 죄명으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에게 줄줄이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는 "처벌 사각지대를 넓혀선 안 된다"며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보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23일 "사법행정 담당 법관은 재판제도 운용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는 광범위한 직권을 갖고 있다"며 "재판에 직접 개입하거나 그런 내용의 반헌법적 검토를 시켰다면 직권남용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법리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대법원이 판례를 유지하는 기준에 맞춰 수사하고 있고 여기에 맞춰 기소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징용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죄를 입증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수에 그쳤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 직권남용죄의 특성상, 재판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건을 실제로 맡은 재판부가 스스로 마음속에 둔 방향과는 달리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재판 결과를 뒤집었다는 진술을 받아내야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법원행정처 수뇌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심의관들에게 특정 사건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행위 자체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사법처리 대상을 선별할 방침임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과 관련된 혐의가 당초 예상보다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의 경우 재상고심 접수 직후부터 재판 절차와 결론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옛 통합진보당 의원직위 확인 소송과 부산 건설업자 정모씨의 형사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소송 등 법원행정처가 판결 결과와 이유 등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재판도 여럿이다.



검찰은 최근 직권남용 무죄 판결이 늘어나는 데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지난 5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 일각에선 고위 법관들의 직권남용 혐의 재판에 대비한 법원의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위법행위는 더 엄격히 처벌하고 국민적 감시의 대상으로 삼는 게 법치정신에 부합한다"며 "기존 판례에 비해서 축소하거나 위법하지만 죄는 안되는 범위를 넓게 해석해서 처벌의 사각지대를 넓힐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대법원장이 인사·감찰 등 사법부 전반에 광범위한 직무권한을 지닌 만큼 양 전 대법원장에게 각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권한을 법으로 일일이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권한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대해 "명문이 없는 경우라도 법·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관찰"해 판단하도록 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대개 공무원의 직무를 법령으로 설정하는 것은 입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 역시 삼성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바 있다.
현재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실장의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상태다. 이 때문에 법원이 직권남용죄를 좀 더 엄격히 해석하도록 판례를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직권남용죄의 범위를 줄이면 국민 공분을 일으키겠지만,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늘어난다"며 "그런 이유로 전원합의체를 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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