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심포지엄 열려…치매 환자 대상 무용 교육 국내 도입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댄스 포 디멘시아(dementia·치매)'는 치매 환자의 예술적 활동을 목표로 합니다. 의학적 치료 성과보다는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니엘 틸 영국 국립발레단 건강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23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치매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 프로그램' 국제 심포지엄에서 프로그램 목적을 이처럼 설명했다.
틸은 영국 국립발레단,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 단체와 함께 '댄스 포 디멘시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다. '댄스 포 디멘시아'는 영국의 그린 캔들 댄스 컴퍼니와 '창의적 치매 예술네트워크' 등 여러 예술가와 무용 치료사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치매 단계에 맞는 무용 치료를 제공한다.
파킨슨병 환자 치료를 위한 무용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무용 교육이 치매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과 증상 호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틸은 "무용과 치매 관련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전제한 뒤 "의학적 치료보다는 환자들의 감정 표현과 자신감,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소속감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학교실 교수 역시 '댄스와 치매'라는 주제로 "(치매 예방을 위해) 그저 달리는 것도 좋지만 여러 근육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운동이 뇌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과 보조를 맞추는 운동이라면 집중력과 판단력, 배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한다"며 "거기에 재미와 사교성이 보태지면 최적의 조합"이라며 무용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 같은 무용 치료 및 교육 효과는 국내에도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작년 9월부터 '댄스 포 피디'(Dance for PD·Parkinson's Disease)도 국내에 들여와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무용 교육을 진행한다.
'댄스 포 피디'는 마크 모리스 댄스 그룹이 2001년 뉴욕 브루클린 지역의 파킨슨병 환자 지원 단체와 협업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현재 세계 20개국, 140여개 커뮤니티 그룹에서 활용 중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병 치료보다는 환자가 무용을 즐기고 예술을 향유하게 돕는다는 목표를 우선시한다. 그 과정에서 증상 완화나 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등의 효과도 노린다.
센터 관계자는 "매주 월요일마다 강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수업마다 20~25명이 꾸준히 참여할 만큼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무용 교육 프로그램은 직업 전환을 준비 중인 무용수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애초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은퇴한 무용수들의 새 직업 마련을 위해서였다.
박인자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은 "무용과 의학의 의미 있는 협업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