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주홍(19·한화 이글스)은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타자 더'라는 한화의 간절한 바람이 '실점'이란 비수로 되돌아왔다.
박주홍은 2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8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 선발 등판해 기대 이상의 호투를 이어갔다.
1회는 삼자 범퇴로 막았고, 2회에도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3회에는 볼넷과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한 점을 헌납했지만,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4회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올 시즌 1군에서 선발 등판 경험이 전혀 없는 박주홍을 4차전 선발로 내세우며 "분위기가 좋으면 길게 끌고 가겠지만, 빨리 교체할 수도 있다"고 했다.
5전 3승제의 준PO에서 1승 2패로 몰린 한화는 불펜 물량 공세도 불사할 기세였다.
하지만 결단의 순간에 주저했다.
한화가 2-1로 앞선 4회말, 박주홍은 1사 후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송성문에게 이날의 첫 안타(중전 안타)를 내줬다.
박주홍이 송성문에게 초구 볼을 던지자,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박주홍은 김민성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2사 1, 2루에서 좌타자 임병욱이 타석에 들어섰다. 대기 타석에는 좌타자 김규민이 자리했다.
불펜에서는 우완 김민우가 몸을 풀었다.
한화 더그아웃이 그리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좌투수 박주홍이 좌타자 두 명을 막고, 우타자 김재현이 등장할 때 김민우가 등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주홍은 임병욱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고졸 루키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힘든 '한 점 차, 2사 만루 상황'이었다.
더구나 박주홍은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 수가 72개에 불과한 투수다. 부담스러운 단기전에서 이미 59개의 공을 던져 체력 고갈도 우려됐다.
임준혁, 권혁 등 좌투수가 준비됐다면 원포인트 릴리프로 김규민을 막고, 김민우를 등판시키는 '우회'도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한화 더그아웃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주홍은 볼 2개를 던져 볼 카운트가 몰렸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꽂아 넣었지만, 볼 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직구 승부를 펼치다 김규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결국, 한화는 우타자 김재현 타석에서 우투수 김민우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화가 바라지 않는 '역전이 된 후'의 투수 교체였다.
한화는 2-5로 패해, 가을무대에서 퇴장했다. 4회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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