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4차전 8회말 2사 1, 3루에서 2타점 2루타로 쐐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단기전에는 '미친 선수'가 등장하는 팀이 승기를 가져간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매번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운명은 미친 선수의 유무에서 갈렸다.
넥센은 외야수 임병욱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들을 보내며 가을을 불태웠다. 임병욱 같은 선수가 없었던 한화는 11년 만의 가을 야구를 준플레이오프에서 마감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역전 3점 홈런만 2개를 터트려 영웅으로 우뚝 선 임병욱은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팀을 구했다.
넥센이 찬스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해 추가점을 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임병욱은 팀을 인천으로 보내는 귀중한 안타 한 방을 터트렸다.
임병욱은 3-2로 앞선 8회말 2사 1, 3루에서 김범수를 상대로 외야 좌중간을 가르는 쐐기 2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임병욱의 안타가 아니었다면, 넥센은 더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8회말 넥센은 제리 샌즈의 볼넷과 박병호의 안타, 김혜성의 희생 번트를 묶어 1사 2, 3루 추가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민성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면서 분위기는 한화 쪽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타석에 선 임병욱은 자신이 있었다. 2볼에서 김범수의 공에 헛스윙 2개를 한 그는 5구째를 힘껏 받아쳤다.
타구는 외야를 그대로 갈랐고,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사실상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임병욱의 활약은 방망이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0-1로 끌려가던 3회말에는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주홍의 1루 견제 실책 때 3루까지 진루했고, 김재현의 스퀴즈 번트로 홈을 밟았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 2홈런, 8타점을 쓸어 담은 임병욱은 시리즈 MVP에 뽑혔다.
준플레이오프 8타점은 단일시즌 최다 타점 타이다.
임병욱은 기자단 투표 74표 가운데 49표를 받아 안우진(24표), 송성문(1표)을 제치고 상금 200만원과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임병욱은 "다시 보게 돼서 반갑다"며 농담을 던진 뒤 "오늘은 (이)정후가 없는 몫까지 꼭 같이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어서 승리한 것 같다"고 했다.
임병욱에 따르면 3회 스퀴즈 번트는 장정석 감독의 지시가 아닌 조재영 주루코치, 김재현이 만든 '작품'이었다.
임병욱은 "재현이 형이 평소 '네가 3루에 가면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널 들여보낼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나도 재현이 형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계속 긴장하다가 번트를 대기에 전력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넥센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더욱 값진 이유는 부상 선수로 인한 전력 공백을 극복해서다.
이택근은 갈비뼈, 최원태는 팔꿈치, 이정후는 어깨를 다쳐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임병욱은 "정후가 (부상에도) 밝게 웃으려고 하는데, 속으로는 매우 안타까워할 것 같다"며 "정후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가 열심히 뛰는 게 보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넥센 앞에는 이제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라는 큰 관문 두 개가 남았다.
임병욱은 "패기 있게 경기하면 기적을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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