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냐 종교 자유냐…佛 부르카금지법 논란 재점화

입력 2018-10-23 22:41   수정 2018-10-23 22:47

정교분리냐 종교 자유냐…佛 부르카금지법 논란 재점화
유엔 자유권규약委 "부르카금지법은 인권침해"…프랑스에 개선 권고
佛, 헌법원리인 정교분리 내세워 입법…유엔 권고 강제성 없어도 압박감 느낄 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가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복장의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의 소위 '부르카 금지법'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데 대해 프랑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UNHRC는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한 나라들의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심의하고 개선 방향을 권고하는 기구로, 의결 내용에 강제성은 없다.
프랑스 역시 이 규약의 가입국으로서 UNHRC는 이번 권고와 관련해 6개월 이내에 이행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프랑스는 23일(현지시간) UNHRC의 발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며, 개선 권고에 순순히 따를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프랑스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와 니캅 등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마련해 이듬해부터 시행 중이다.
이런 복장의 착용이 금지되는 공공장소는 정부청사와 우체국, 법원 등 관공서와 대중교통, 병원, 학교, 백화점, 일반 상점, 오락시설 등 다중이 모이는 장소가 대부분 포함된다.
위반한 사람은 최고 150유로(20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거나 시민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특정인에게 이 복장의 착용을 강요한 이는 벌금 3만 유로와 최고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제정 당시에도 프랑스에서 큰 논쟁이 있었지만, 라이시테의 원칙을 들고나와 밀어붙인 정부·여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 법은 당시 프랑스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 결정을 받았으며, 프랑스 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우세할 만큼 여론의 지지도 받았다.
심지어 프랑스 내 무슬림 지도자 협의회에서도 공화국의 세속주의 전통을 지키려면 법에 따라야 한다는 논평이 나올 정도였다.
프랑스가 종교색이 강한 복장을 공공장소에서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독특한 정교분리 전통인 '라이시테'(비종교성) 때문이다.
프랑스 헌법에도 명시된 '라이시테'는 사적인 영역에서 종교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되 정치 등 공적인 영역에서는 철저히 비종교성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종교전쟁과 드레퓌스 사건 등을 겪으며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매우 비판적인 전통이 생겨났고, 공화정 수립과정에서 이를 헌법에 반영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 등 이슬람교의 엄격한 원칙에 따른 복장을 허용하는 것은 라이시테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이 이 법을 제정한 프랑스 정부의 판단이었다. 여기에는 부르카와 니캅 등 이슬람의 전통 여성복장이 여성의 신체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보는 프랑스의 여성단체들도 가세했다.


그러나 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조치가 이슬람교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는 주장이 거셌다. 프랑스는 전체인구 6천700만명 중 약 500만 명가량이 무슬림으로, 유럽에서 이슬람교 신자가 가장 많다. 2015년 기준으로 부르카 금지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223명이다.
프랑스가 아무리 '라이시테'라는 헌법질서 보호를 위해 법을 제정했다고 하더라도 유엔의 공신력 있는 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압박감까지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부르카·니캅 등 무슬림 여성의 복장과 관련해 개별 국가에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NHRC는 이날 성명에서 "프랑스는 안보와 공동체 영위라는 이유로 이 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며 "해당 법은 청원인들이 종교적 신념을 실행할 권리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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