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新남순강화' 경제활력 불어넣기 어려울 것"

입력 2018-10-24 12:30  

"시진핑 '新남순강화' 경제활력 불어넣기 어려울 것"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환경 악화와 경기 둔화 가속화라는 양대 악재 속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성을 시찰하는 '신 남순강화(南巡講話)' 행보에 나섰지만 중국의 발전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분석했다.
SCMP는 이날 "많은 이들이 시 주석의 이번 남방 시찰이 개혁개방 지속을 천명한 덩샤오핑의 1992년 남방 시찰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기대에도 많은 관찰자는 덩샤오핑과 같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1978년부터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 주도로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생전 발동한 문화대혁명의 대혼란 시대와 결별하고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해 경제 발전을 핵심 목표로 한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89년 톈안먼 민주와 시위 무력진압 사태가 발생하고, 1991년 사회주의 종주국이던 소련마저 붕괴하자 중국 안에서 체제 불안을 우려한 보수파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면서 개혁개방 정책이 위기에 처했다. 이에 덩샤오핑은 1992년 경제 개발 선도 지역인 광둥성과 상하이 등 남부지역을 시찰하면서 개혁개방 확대를 주문했다.
남부지역을 돌아보면서(南巡) 발언을 했다(講話)는 뜻에서 중국에서는 이를 '남순강화(南巡講話)'라고 부르며 좌초할 뻔한 개혁개방의 동력을 유지한 역사적 행보로 평가한다.
SCMP는 불안한 외부 환경 속에서 민영 부문이 약화하고, 국가의 미래 발전 방향을 둘러싼 혼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와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때의 중국의 처지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고 갈등 전선은 점차 경제무역 분야에서 군사·외교 등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덩샤오핑은 생전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안정적 외부 환경을 구축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대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아울러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6.5%까지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또 시 주석 집권 이후 국가의 경제 통제력이 강해지면서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 민영기업이 국영기업들에 밀려나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점도 중국의 미래 발전 방향을 둘러싼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지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최소 10개의 민영 재벌 그룹이 국유화됐다.
따라서 일부 기업인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앞두고 단행된 시 주석의 이번 남순(南巡)을 통해 시장 개방과 경제 자유화가 지속된다는 메시지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개혁개방 확대를 강조해도 실제 내용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연구소의 조지 매그너스 교수는 "더욱 많은 경쟁을 위해 중국 시장을 열거나, 서비스 산업 접근 제한을 해제하려는 어떠한 시도를 찾아볼 수 없다"며 "외국과 국내 기업을 같이 취급한다거나 민영 자본에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조짐 역시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 주석의 광둥성 방문은 덩샤오핑의 남방 투어와는 다르다고 본다"며 "덩샤오핑은 이를 개혁개방 재장착(relaunch)을 위해 활용했지만 시 주석은 그렇게 하기를 전혀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의 이번 광둥성 방문을 통해 중국이 경제 활력을 모색할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개발 상태로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던 1992년 당시의 중국과 GDP 기준 세계 2위로 부상한 현재의 중국의 경제 여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인 프레이저 호위는 "시 주석은 절대로 덩샤오핑의 성공을 재현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은 지금 매우 높은 경제적 기초 위에 선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가"라고 지적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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