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4명 중 김규수씨 사망…징용 피해자들 "日기업 배상" 판결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선고를 일주일 앞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대법원 앞에 모여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모임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기업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이달 30일 오후에 선고할 예정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해마루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원고 네 분 중 한 분이 추가로 돌아가셨다"고 새로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원고 중 김규수 씨가 지난 8월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여운택 씨와 신천수 씨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신일본제철 상대 소송 당사자는 이춘식(98) 씨 한 명만 남았다. 이씨는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관계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이달 30일 대법원 선고 날 법정을 찾을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강제징용이라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연로하신 당사자 분들을 배려하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사건 쟁점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 그리고 신일철주금 측의 소멸시효가 지났는지"라면서 "대법원은 2012년 이미 원고들 손을 들어준 바 있고, 이후로 상황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이 없다"며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이 패소할 경우 한일 청구권협정에 위반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고 하는데,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대한 분쟁은 이번 대법 판결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원고들이 소를 제기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므로, 배상 판결이 나온다고 외교적 분쟁이 촉발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강제징용 소송에 임하고 있는 징용 피해자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
주식회자 후지코시 상대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인 김정주 할머니는 "나는 초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보내준다 해서 끌려가고 말았다"면서 "일본 소송에서 기각을 당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우리를 배반해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제 정부가 좋은 일을 이뤄지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강제동원소송 정의롭게 판결하라', '피고 신일철주금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라' 등 구호를 외치고 '정의로운 재판봉'을 두드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춘식 씨 등 4명은 일제강점기에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은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패소했고, 이후 2005년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다.
1·2심은 "신일본제철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법은 사건을 다시 심리해 2013년 신일본제철이 1억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대법원이 5년 넘게 결론을 미뤘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사태가 터진 후에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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