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여성·노인 체감경기 '서늘'…중간선거 표심으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의 기록적 호황에도 정작 미국인 3명 중 2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트럼프노믹스)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있는 금융정보 전문매체 '뱅크레이트'는 리서치업체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전역의 표본 1천1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62%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년 전보다 재정상태가 나아진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최근 미국 증시의 간판 지수들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실업률이 3.7%로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데 이어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4년 만의 최고인 4.2%를 기록하는 등의 호황과 거리가 있는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 은퇴 연령대에 있는 이들이 현실을 더욱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소득이 3만 달러(약 3천400만원) 미만인 미국인의 78%는 재정상태가 지난 2년간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27%는 재정상태가 오히려 악화했다고 답변했다.
반면 연 소득 7만5천 달러(약 8천500만원) 이상의 미국인 54%는 재정전망이 개선됐다고 밝혔고, 26%는 그 기간에 자신들의 환경이 훨씬 더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은퇴 연령대인 65세 이상 미국인들 중에는 재정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들이 75%였고 나빠졌다는 이들은 18%였다.
여성들 가운데는 65%가 트럼프노믹스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의견을 밝혔고 19%는 재정상태가 악화했다고 밝혔다. 남성들 가운데 이 수치는 각각 56%, 15%로 나타나 대비를 이뤘다.
뱅크레이트의 선임 경제 애널리스트인 마크 햄릭은 "매일 보는 경제 숫자와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 연결돼 있지 않다"며 "미국인의 재정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투자자문 업체인 스태쉬가 내놓은 보고서와도 미국인의 인식이 상통하는 면이 있다.
스태쉬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4%는 재정상태가 정체됐으며 20%는 재정전망이 악화했다고 답변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상·하원 의원을 대폭 교체하는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소외나 불평등에 민감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뱅크레이트 설문에 유권자들의 현실적인 요구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제이 섐보우 브루킹스연구소 경제학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실적을 자신의 공로로 돌리고 있으나 이 때문에 위태로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섐보우 연구원은 "대중의 과반이 이제는 '돈 내놓으라'(show me the money)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문이 내포한 의미를 해석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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