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미국 '침입성 없는 식물' 분류, 조경용 권장…국내선 갑론을박
전문가 "기후·환경 다른 만큼 신중…생태계 예상치 못한 영향 줄 수도"
관광 전문가 "지방특징과 상관없는 반짝인기 편승…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차근호 임채두 기자 = 외래종인 핑크뮬리가 전국의 관광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토종식물과 국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가 이뤄진 바 없다.
국내 원예·생태 전문가들도 '핑크뮬리'라는 이름을 최근에야 접했다거나,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핑크뮬리 확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국내에 들여올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핑크뮬리(학명 Muhlenbergia capillaris)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핑크뮬리가 '침입성 없는 식물'(non-invasive)로 분류돼있다.
미국국립수목원은 팜파스그라스, 일본 억새, 갈풀처럼 침입성이 강한 조경식물보다 핑크뮬리나 털수염풀 같은 침입성이 약한 식물을 대안으로 심을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국립수목원에서 외래식물 연구를 담당하는 정재민 박사는 "외래식물을 관상용으로 심었을 때 심은 자리에만 있다가 없어지면 괜찮은데 씨가 바람이나 물을 따라 이동하며 농경지나 개울가, 자연 생태계로 퍼져나가며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럴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침입성이 큰 식물과 아닌 경우를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이어 "미국에서 침입성 없는 식물이라고 판단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침입성 없는 식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우리는 기후와 환경이 달라서 우리의 사정에 비추어 침입성이 있는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핑크뮬리는 국내에서도 생태계 유해종으로 지정돼있지는 않다.
하지만 도입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손병구 부산대 원예생명과학과 교수는 "억세 종류인 핑크뮬리는 기본적으로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지금 그 여파를 확실히 알 수 없어서 신중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 동아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관리를 얼마나 세심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람에 날려 번지는 꽃가루를 일일이 통제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면서 "핑크뮬리가 토종식물과 생존 경쟁을 벌이거나 다른 종과 수정해 이종을 생산하는 등 유전적 변이를 일으킬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부작용도 있다"고 밝혔다.
특용작물 농가인 심재석 엉겅퀴영농조합법인 대표도 "외래종이 농장 주변이나 논밭에 퍼지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면서 "민들레처럼 날아와서 엉겅퀴 농장에 뿌리를 내리면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생육을 억제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핑크뮬리 확산이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상도 문제라는 관광 전문가의 지적도 나온다.
지방특징과 상관없는 반짝인기를 위한 것으로 좀 더 긴 안목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영기 전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너무 분위기나 유행에 편승해서 핑크뮬리 조성 사업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조성 사업이 지역 경제에 파급효과를 전혀 주지 못한다"면서 "정읍의 구절초나 고창의 청보리처럼 관광객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농가소득으로도 이어지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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