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히는 건축가 듀오, 첫 한국 작업…2021년 11층 삼각형 건물 건립
창문 최소화·소나무 패턴 콘크리트 외벽…"도심 문화 허브 기대"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번쩍거리는 건물이 많지만, 사실 미학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추한 상업 빌딩들이죠. 일관성도,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결코 제가 자만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어요."
'삐까번쩍'한 건물들이 늘어선 서울 강남 도산대로 일대를 둘러본 헤르조그 & 드 뫼롱(HdM) 평가는 신랄했다.
HdM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위스 건축가 듀오다. 1950년생 동갑내기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1978년 결성했다.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비롯해 스털링상, 로열골드메달, 루벧킨 상 등 이들이 따낸 상들은 그 위상을 말해준다.
유독 한국과는 인연이 없던 HdM의 첫 설계작이 도산대로 변에 들어선다. (주)삼탄과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설계를 맡았기 때문이다. 2021년 옛 송은수장고 부지에 건립되는 이 신사옥은 지상 11층, 지하 5층 삼각형 콘크리트 건물이다.
착공식을 위해 방한한 HdM를 24일 청담동 송은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신사옥 부지 주변을 먼저 분석했는데, 영감을 품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우리는 새로운 방향과 목적지를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자크 헤르조그)
대로변에 접한 쪽은 최대한 높이 세우고 뒷면은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조각 케이크 형태로 신사옥을 설계한 이유다.
이들은 또 서울에서 흔히 보는 전면 유리 대신, 콘크리트를 택했다. 전면부 창문 또한 최소한으로 설치했다. 1층을 활짝 열어젖히는 대신, 건물 양쪽을 살짝 절개해 주차장 입구와 출입구를 둔 것도 독특하다.
이러한 설계 때문에 건물이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는 두 사람 모두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투명한 건물이 흡인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건물은 아주 힘 있는 형태를 지니고 있어요. 우리는 시적인 건물을 만들려고 합니다."(자크 헤르조그)
"2개 창문이 굉장히 정교하게 배치돼 도로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특한, 차별화하는 건축물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지 않을까요."(피에르 드 뫼롱)
HdM은 초기부터 건축 재료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잡석들을 모아 벽면으로 만든 샌프란시스코 도미너스 와이너리, 철재를 나뭇가지처럼 쌓아 올려 '새둥지'로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등이 이를 보여준다.
삼탄·송은문화재단 신사옥 또한 평범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다. HdM은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에서 영감을 받아, 거푸집 공사를 통해 은은한 나뭇결이 살아있는 콘크리트를 만들어냈다.
자크 헤르조그는 "상업적인, 기술적인 콘크리트가 아니라 아주 모놀리틱한 콘크리트"라면서 "매우 견고하고 강인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상업지역이지만 우리는 비상업적인 예술 공간, 서울 도심의 문화 허브를 짓는다고 생각합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문화 프로젝트인 셈인데, 서울의 가장 중심부에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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