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상당한 금액받고 '기밀유지협약' 맺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유명 기업인에게 제기된 성희롱 및 인종차별 주장을 보도하려던 언론에 대해 영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피해자들이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미 '기밀유지협약'을 체결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4일(현지시간) 상소법원(The Court of Appeal)이 한 기업그룹의 유명 기업인과 그룹 내 경영진 2명이 자사 언론 보도를 막아달라며 청구한 소송에서 기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 기업인이 여러 명의 직원에게 성희롱과 인종차별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8개월 동안 취재를 했다.
그러나 이를 알게 된 기업인과 회사 경영진은 보도를 막아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앞서 영국 고등법원은 텔레그래프가 보도하려는 내용이 상당히 신뢰할만하며, 보도가 나가면 직장에서의 잘못된 행동과 관련한 대중의 관심과 토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언론의 손을 들어줬다.
상소법원은 그러나 '기밀유지협약'(non-disclosure agreements·NDAs)을 근거로 결정을 뒤집었다.
5명의 피해자가 이미 상당한 돈을 받고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상소법원은 "청구인들의 괴롭힘이나 학대, 지나친 압력으로 인해 합의가 체결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보도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과 기업인의 이름, 이 기업인이 어떤 행동을 저질렀는지, 피해자들이 얼마를 받았는지 등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법원이 '언론의 자유'보다 '기밀유지협약'을 더 중시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사건이 보도됐다면 성폭력·성희롱 고발 캠페인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기를 재점화시켰을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미투'를 촉발했던 할리우드 거물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사건에서처럼 '기밀유지협약'이 피해자들을 침묵시키는 데 악용됐다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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