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개발 인공심장판막, 식약처 시판 허가 받아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그동안 수입품이 독점해왔던 인공심장판막 시장에 첫 '국산' 제품이 등장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입 인공심장판막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연구팀(김기범, 김용진, 임홍국)과 태웅메디칼은 2004년 개발을 시작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이 최근 2년간의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연구팀은 보건복지부 지원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의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심장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 대신 피부를 통해 간단히 판막을 이식하는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다.
이후 2016년부터 시작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10명에게 이식하고 6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종이식의 가장 큰 문제점인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심장에는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판막 4개가 있다. 가장 흔한 판막질환은 대동맥의 판막 협착이다. 대동맥 인공판막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자가확장형으로 개발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스텐트-인공심장판막이 상용화돼있다.
반면 폐동맥 자가확장형 인공심장판막은 그동안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이 치열하게 경쟁해왔던 분야이기도 하다. 이 분야에서 서울대병원이 스텐트 이식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개발하고 보건당국의 시판 허가까지 끌어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국에서 개발돼 쓰이고 있는 풍선형 폐동맥 인공판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풍선처럼 불어서 폐동맥에 삽입하는 판막이 10여 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쓰이고 있지만 시술료를 제외한 판막 가격이 개당 3천만~4천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최초 수술 시 가슴을 열어야 해 환자의 부담이 컸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에서 개발한 스텐트-폐동맥인공판막은 처음부터 정맥을 통해 시술할 수 있다. 스텐트가 견고한 데다 자가확장형이어서 폐동맥 크기에 유연하게 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6월 미국 심장학회 잡지 '혈액순환, 중재시술'(Circulation, Cardiovasc intervention)에 소개됐다.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상용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다음 달 유럽 6개국, 11개 소아심장센터와 만나 유럽 허가 절차를 협의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는 내년 초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김기범 교수는 "내년 초부터 유럽 내 임상을 진행해 유럽에서 인증을 받으면 환자 삶의 질 향상과 한국 의료기술 세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jan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