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레이건·존슨도 연준에 '저금리' 압력…트럼프보다 악질"

입력 2018-10-25 11:11  

볼커 "레이건·존슨도 연준에 '저금리' 압력…트럼프보다 악질"
레이건 "저금리 유지" 직설…존슨 "금융가 위해 노동자 흡혈"
트럼프 '미쳤다' 비난받은 파월에 "굳세게 본능 따르라" 조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금리 인상에 대한 노골적 반감과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간섭이 놀랄 일은 아니라며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라고 압력을 넣은 다른 대통령들의 더 악질적인 사례를 털어놓았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던 로널드 레이건이 첫 번째 사례로 지목됐다.
볼커 전 의장의 회고에 따르면 연준이 물가상승을 통제하느라 고전한 시절이던 1984년 여름에 레이건 전 대통령은 당시 연준 의장이던 자신을 백악관으로 불렀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짐 베이커 백악관 비서실장은 "지금 레이건 대통령이 선거(연임을 위한 대통령 선거) 전까지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당신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볼커 전 의장은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의 뻔뻔한 공격에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연준이 당시 기준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연준이 그날 만남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레이건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얘기다.
볼커 전 의장은 "한마디도 않고 (백악관을) 빠져나왔다"며 아마도 백악관 서재는 도청장치가 없어서 저금리 압박을 위한 만남의 자리로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미쳤다"고 비난하면서 "내 최대의 위협"이라고 지목해 부적절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볼커 전 의장은 "파월 의장에게 보내는 내 메시지는 굳세게 자기 본능을 따르라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말한 다른 모든 것들을 고려할 때 나라면 지나치게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압박은 지금보다 1950년대에 더 심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볼커 전 의장은 당시 미국 재무부가 2차 세계대전 부채상환을 더 용이하게 하려고 중앙은행에 저금리 기조를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1979년 물가가 치솟음에 따라 자신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다고 설명했다.
볼커 전 의장은 민주당이 배출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도 재임 때 금리 인하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이달 출간하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당시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상은 월스트리트(미국 금융가)의 이익을 위해 미국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행위"라고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볼커 전 의장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부 관리들과 함께 현장에서 그 사건을 목격했으며 마틴 의장은 끝까지 압박에 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자 존슨 대통령은 전략을 바꿔 자신이 쓸개 수술을 받아야 하니 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마틴 의장이 금리를 올리는 일은 확실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의장은 결국 존슨 대통령이 퇴원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현재 암과 싸우고 있는 볼커 전 의장은 현지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볼커 전 의장은 "나라에 큰 문제가 있다"며 미국인들이 정부, 언론, 과학, 그 외 모든 것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신뢰 상실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볼커 전 의장은 "우리는 지금 바닥"이라며 "이번 선거(11월 중간선거)가 아니라면 다음 선거에서라도 거기에서 기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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