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생존원리 규명

입력 2018-10-25 14:17  

원전사고에서도 살아남는 미생물…생존원리 규명
한국·프랑스 연구진, 기존 학설 깨는 분석안 제시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한국과 프랑스 공동 연구진이 미생물의 생존 원리에 관한 기존 일반론과는 다른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첨단방사선연구소 임상용 박사 연구팀이 프랑스 원자력청(CEA) 연구팀과 함께 데이노코쿠스 속(屬) 미생물의 다양한 방사선 저항성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라는 미생물은 강력한 방사선에 노출돼도 살아남는 특성을 지녔다.
엑스선으로 완전히 멸균한 통조림이 계속 발효하는 현상을 살피던 중 우연히 발견됐다.
사람의 경우엔 10 그레이(Gy·방사선 에너지 흡수량 단위)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 일내 사망하지만, 데이노코쿠스는 5천 그레이에서도 생존한다.
원전사고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정도다.
이후 학계에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두란스를 포함하는 데이노코쿠스 속 미생물이 모두 방사선 저항성을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학계에선 데이노코쿠스 속 미생물에 단일한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해 왔다.
연구진은 전 세계 296편의 논문에서 보고된 250여개 방사선 저항성 단백질을 토대로 11종의 데이노코쿠스 속 미생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선 저항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IrrE/DdrO' 단백질을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기존 통념과 달리 실제 유전자(DNA)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 메커니즘은 미생물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방사선 저항 원리가 자연계에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뜻인데, 기존 연구의 방향을 크게 전환하는 성과라고 원자력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나 방사선 항암 치료 분야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방사선에 강한 바이오 소재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임상용 박사는 "미생물의 방사선 저항성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것"이라며 "고등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체의 방사선 반응 원리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데이노코쿠스 속 미생물의 방사선 및 산화 스트레스 유전자 다양성에 대한 리뷰' 논문은 미생물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펨스 마이크로바이올로지 리뷰'(FEMS Microbiology Reviews) 온라인판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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