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독일 비디오아티스트 파로키 회고전
'노동의 싱글숏' 등 9점 전시…영화 48편도 상영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독일의 가장 유명한 비디오아티스트 중 한 사람인 하룬 파로키(1944∼2014) 작품을 즐기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은 27일부터 내년 4월 7일까지 서울관에서 회고전 '하룬 파로키-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필립 가렐, 요나스 메카스 등 현대 영화사 명장들을 소개한 현대미술관은 이번에는 독일 거장을 주인공으로 택했다.
파로키는 영화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이미지를 분석하고, 또 이렇게 생산된 이미지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추적해 왔다.
회고전은 전시와 영화 상영, 학술행사로 구성돼 파로키 작업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아시아 각국 비엔날레, 트리엔날레에서 하로키 작업이 자주 소개됐으나,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평행' 연작, '노동의 싱글숏', '인터페이스' 등 대표작 9점이 전시된다.
컴퓨터 그래픽, 게임 양식을 빌려온 '평행'은 현실과 이미지 관계를 조명한다. 개발자가 그어놓은 경계를 넘으려다 계속 실패하는 게임 속 아바타는 인간을 은유한다. 무엇보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영상을 주시하다 보면, 순식간에 빠져든다.
특히 눈에 띄는 작업은 작가가 2014년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매진한 '노동의 싱글숏'이다.
파로키는 2011년부터 작가 겸 큐레이터 안테 에만과 함께 세계 도처의 노동 현장을 원테이크로 촬영·제작했다. 작가 사후 에만이 지난해부터 다시 촬영을 이어간다.
'노동의 싱글숏'은 천장에 각각 매달린 십여개 화면을 통해 각기 다른 노동 현장을 전한다. 화면 사이를 누비던 관람객은 노동 그 자체, 인간이 공통으로 직면한 삶의 조건을 직시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미 미디어 축제 등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됐지만, 이번에는 평평한 1채널이 아닌, 16개 채널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김은희 학예연구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노동 현장을 담아낸 작품"이라면서 "노동하는 동물이 도처에서 동시에, 먹고 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뤼미에르 형제의 기록영화를 모티브로 한 '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2006), '인터페이스'(1995) 등이 전시돼 있다.
영화를 통해 이미지를 조합하고 해체해 우리가 간과한 세계를 새롭게 발견했던, 인간이 현대예술을 통해 이성을 회복하길 바랐던 거장 작업이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하룬 파로키는 미술과 영화를 연결하는 훌륭한 작가"라면서 "지금은 하룬 파로키의 눈과 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11월 14일부터 서울관 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는 파로키 영화도 48편 상영된다. 레이몽 블루, 에리카 발솜, 크리스타 블륌링거, 톰 홀러트 등 손꼽히는 영화 비평가 강연도 예정됐다.
문의 ☎ 031-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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