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두려움 등으로 캐러밴 감소세…오늘 40㎞ 이동 예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25일(현지시간) 미국 국경을 향한 여정을 이어갔다.
캐러밴이 이날 동이 트기 전에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마파스테펙을 출발했다고 엑셀시오르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행렬의 길이는 1.6㎞에 달했다.
캐러밴 대부분은 밤사이 4만5천 명이 거주하는 마파스페텍의 중앙 광장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노숙했다.
종교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은 이민자들에게 이동식 간이 텐트와 의약품, 젖병, 옷 등을 제공하고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캐러밴은 지난 19일 과테말라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 진입한 뒤 한때 7천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질병, 두려움, 경찰의 단속 등으로 캐러밴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4천∼5천 명 선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멕시코 정부는 전날 기준으로 약 3천630명으로 집계했다.
지금까지 1천700명이 캐러밴에서 이탈해 멕시코 당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수백 명은 버스로 안전하게 고국까지 송환해주겠다는 멕시코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기도 했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자치정부와 달리 캐러밴에 일체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캐러밴은 이날 도로를 따라 40㎞ 떨어진 피히히아판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캐러밴은 멕시코에 진입한 후 150㎞가량 북진했다. 최단 거리 미국 국경까지는 아직 1천600㎞ 넘게 남아 있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 부패 등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최근 수년 사이 해마다 반 정기적으로 결성된 캐러밴은 멕시코나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일자리를 얻고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캐러밴은 지난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페드로술라 시를 출발했다. 온두라스의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43명으로 전시 상태가 아닌 국가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날 온두라스인 250명이 참여하는 2차 캐러밴이 멕시코 국경을 향해 과테말라시티를 출발했다고 EFE 통신은 전했다.
한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캐러밴의 배후에 베네수엘라로부터 지원받은 온두라스의 좌파단체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펜스 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영 TV에 출연, "펜스 대통령은 미친 극단주의자"라며 "미국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매번 나와 베네수엘라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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