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협력 유지에 의문감 증폭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MBS)에 대한 서방 정보당국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대외정보국(MI6) 등 서방 주요 정보당국은 MBS가 실권을 잡기 전 20여 년간 서방과 돈독한 정보협력 관계를 구축해온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가 실각하자 사우디와의 정보협력 전망에 불안감을 나타내왔다.
결국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방 정보당국의 이러한 불안감이 더욱 증폭하고 있는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전했다.
여기에 MBS에 대한 트럼프 백악관의 전폭적인 신뢰가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약화 조짐을 보이면서 CIA 등 서방 정보기관들은 MBS를 집중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파트너로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방의 한 전직 고위 정보관리는 FT에 "야만적인 카슈끄지 사건이 발생한 만큼 MBS 체제에서는 이전과 같은 공조체제를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MBS 하에서는 이전 사우디 정보 책임자였던 나예프 왕자가 다져놓은 서방과의 정보 공조체제가 더는 유지하길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나예프 왕자는 1990년대 내무부 관리 시절부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9.11 테러를 거치면서 더욱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나예프 왕자는 2012년 내무장관에 올랐고 2015년에는 잠시이지만 왕세자 직위에도 올랐다. 그러나 권력다툼에서 밀려 25세 연하의 사촌에게 왕세자직을 내줬다.
중앙정보국(CIA) 중동분석가를 지낸 브루스 리델은 "나예프 왕자가 알카에다 퇴치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반테러 작전에서 미국의 최측근 파트너였다"면서 특히 부시-오바마 행정부 당시 CIA와 백악관 등의 (그에 대한)평판이 아주 좋았다고 전했다.
리델은 또 나예프 왕자가 개인적인 스타일로 안보관리들에 접촉했으며 서방의 이념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 서방 정보기관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했다면서 긴밀한 개인적 관계를 통해 중대한 정보 사안을 해결해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사우디 정보당국은 영국 이스트미들랜드 공항을 떠나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화물기 폭파 음모를 미국과 영국 보안 당국에 귀띔했다. 사우디 측은 폭발장치가 프린터 카트리지에 숨겨져 있음을 영국 MI6(대외정보국)에 상세히 브리핑했다.
따라서 나예프 왕자의 경쟁자인 무함마드 왕세자(MBS)가 국방장관을 거쳐 2015년 부(副)왕세자, 그리고 2017년 왕세자에 오르는 과정에서 미 정보관계자들은 사우디 정보의 질(質)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경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악관이 신속하게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지하고 나선 데 대해 정보계는 일부 좌절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국정 장악 후 일련의 무모한 정책을 강행하면서 서방정보 당국의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의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FT는 전했다.
예멘 내전 개입과 카타르와의 단교, 레바논 총리 사임 압박 등이 대표적인 무모한 정책들이다.
석유와 대이란 정책 등 사우디에 중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트럼프 백악관이 이번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무함마드 왕세자 체제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건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대내외적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이 곤경에 몰린 무함마드 왕세자 구하기에 나설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로부터 더욱 확실한 충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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