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일제때 땅속에 묻혀…내년 3∼5월 정밀 안전진단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제 강점기 때 땅에 묻힌 후 90년 가까이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청주 남석교 복원 사업이 첫발을 내디딘다.
청주시는 남석교가 매장돼 있는 육거리시장 일대 지반을 시추 조사 등의 방법으로 정밀하게 안전 진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2천만 원의 안전 진단비를 편성하기로 했다.
청주읍성 남문 밖에 있었던 남석교는 너비 4.1m, 길이 80.85m로, 조선 시대까지 우리나라에서 길었던 돌다리이다. 3행 26열의 돌기둥을 세운 뒤 널빤지 모양으로 다듬은 화강석을 대청마루 놓듯 이어놓은 모양새다.
축조 시기가 길게는 기원전 57년, 신라 진흥왕 이전, 고려 시대라는 다양한 학설부터 짧게는 조선 중기 이전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남석교가 땅속에 묻힌 것은 일제 강점기 때다.
남석교 밑으로 흐르던 무심천의 물길이 1906년 대홍수로 바뀌면서 다리 바닥에 흙이 쌓이자 일제는 1932년 청주 석교동 일대 제방공사를 하면서 남석교를 흙으로 묻어버렸다.
예로부터 남석교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건강을 기원하는 답교놀이가 행해졌는데, 일제가 도시 정비를 내세워 실제로는 민족문화를 말살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청주시는 땅속의 남석교로 접근하는 통로를 만들거나 이 다리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지상에 투명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복원사업을 추진했으나 토지 보상비가 만만치 않은 데다 상권 위축을 우려하는 상인들의 반발 탓에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남석교 밑이 모래땅이어서 복원에 나설 경우 육거리시장 지반 침하나 건물 붕괴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는 내년 1∼2월 업체를 선정하고 3∼5월 정밀 안전진단에 나서기로 했다. 시추를 통해 복원 가능 여부를 세밀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주변 상인과 시장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은 야간에만 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귀중한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청주의 정체성도 회복하기 위해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진단 결과 남석교 공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내년 8월 이후 복원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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