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65년 잊힌 용사의 귀환과 군사합의서 이행

입력 2018-10-26 17:30  

[연합시론] 65년 잊힌 용사의 귀환과 군사합의서 이행

(서울=연합뉴스) 남북 군사합의서가 하나씩 이행되고 있다. '대한 육군 8810594 PAK JE KWON',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지뢰제거 작업 중 어제 수습된 유해 2구 중 전사자가 국군 2사단 박재권 이등 중사임을 나타낸 인식표 표기다. 1952년 7월 그곳에서 전사한 박 중사의 유해가 65년 만에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DMZ에서 한국군 유해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전쟁 후 DMZ는 금단의 땅이었기 때문이다. 내년 4월부터 본격적 유해발굴 작업이 시작되면 다른 전사자들의 유해도 귀환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용사가 잊히고 버려져선 안 된다. 이들의 유해를 모시고 넋을 기리는 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 이르면 다음 달 중 남북 민간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곳이 된다. 25일 JSA의 남북 초소와 병력·화기 철수 작업이 완료됐고, 오늘부터 남·북·유엔사 3자가 참여하는 상호 공동검증이 시작됐다. JSA 비무장화는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남북이 JSA를 경비병력으로 무장시킨 지 42년 만이다.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깜짝 월경'하는 모습을 통해 판문점이 적대와 대결의 공간에서 화해와 대화의 공간으로 변하는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고, 과거 상상하기 힘들었던 판문점의 변화를 내·외국인들도 몸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재권 중사의 귀환과 JSA 비무장화는 모두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군사합의서 이행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들이다. 남북은 오늘 장성급 회담을 개최해 군사합의서의 제반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재확인하고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기로 했다. 정상의 정치적 결단을 남북의 군부가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로 한 것이다. 11월 1일부로 지상·해상·공중의 적대 행위 중지, 11월 말까지 상호 11개 시범 철수 GP의 병력·장비 철수 및 완전 파괴 조치 이행, 한강(임진강) 하구의 민간선박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 11월 초 남북 공동조사단의 공동 수로 조사 진행 등의 세부 합의도 발표됐다.

남북 정상 합의사항이 차질없이 이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남북 간의 실질적 종전선언으로 평가받았던 군사합의서 이행으로 전쟁 없는 한반도가 남북의 주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도록 해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협상의 진전으로도 연결돼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30일 방한한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이후 열흘도 안 된 시점의 방한이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 여부도 주목된다. 조속한 북미 실무협상 개최로 남북·북미 대화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선순환의 출발은 약속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남북 군사합의서의 차질없는 이행은 마중물이 될 수 있다. 9월 평양 공동선언과 남북 기본합의서의 대통령 비준이 정치권에서 소모적인 법리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지만, 남북 합의의 이행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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